[단독] “허위 공시로 수십억 부당이익”?…검찰 “실체 없는데 시세조종”
지난 2일 퀀타피아라는 코스닥 상장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양자센서 모듈을 생산하겠다고 홍보해온 시가총액 1,500억 규모의 중소기업입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가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즉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겁니다.
주식 정보를 찾아보니 퀀타피아는 이미 지난해 12월 거래중지돼 있었습니다.
■ 시세조종으로 수십억 원 부당이득... "양자이미지센서 믿고 투자했을 뿐"
검찰이 당일 압수수색한 회사는 한 곳이 더 있었습니다. 퀀타피아의 대주주로 있는 샌드크래프트라는 회사입니다.
핵심 피의자는 검찰이 퀀타피아 실소유주로 지목한 이 모 씨, 이 씨는 샌드크래프트 지분 13%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씨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80여 개 계좌를 이용해 3300여 회에 걸쳐 퀀타피아의 시세를 조종해 90억 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공시된 이 씨 주도의 1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투자 공시와 지난해 12월 양자이미지센서 신규 사업 설명 IR 개최 공시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허위공시를 통해 실제 사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퀀타피아에 투자하도록 해 주가를 부양시켰다는 것이죠.
공시 전후 퀀타피아 주가는 주당 800원 수준이던 게 주당 4800원 수준으로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1000억 원을 투자한다던 전환사채 투자 공시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양자이미지센서는 삶을 바꿀 혁신 기술"이라며 "기술의 가치를 보고 정상적으로 투자 유치를 시도했을 뿐이었고 조합원들도 모두 믿고 투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에 대해선 "본래 의도와 달리 퀀타피아 전 경영진들이 저지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거래중지 처분을 받는 등 변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유치하지 못한 것" 이라고 해명했습니다.
■ 양자이미지센서 사업 원천은 미국의 김 모 박사
KBS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양자이미지센서 사업'을 추적했습니다. 샌드크래프트와 퀀타피아가 새롭게 뛰어든다던 바로 그 사업이죠.
양자역학을 이용한 이미지센서로 빛이 없는 곳에서도 선명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고,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잴 수 있다는 현신 기술입니다.
해당 기술의 원천은 김 모 박사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뉴욕 양자산업 콘퍼런스에서 한 발표 등이 방송 보도되며 신기술 리더로 주목받았습니다.
김 박사는 아내인 정 모 씨를 통해 지난해 6월 샌드크래프트 지분 47%를 인수했고, 샌드크래프트는 퀀타피아 지분 12.2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입니다.
사실상 샌드크래프트, 퀀타피아는 김 박사 기술을 통해 사업을 하는 하나의 회사입니다.
■ 언론·정치·대기업 출신 인사들 영입해 신사업 추진
김 박사 측의 샌드크래프트 인수 이후 기술 홍보와 사업을 위해 전직 언론사 간부, 정치권, 대기업 출신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위용을 갖췄습니다.
이후 김 박사가 미국 경제 매거진 표지모델이 됐다거나 올해의 반도체상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양자이미지센서 기술을 이용해 침을 뚫지 않고 혈당을 잴 수 있는 '무침혈당기' 시연 행사를 한다는 홍보도 했습니다.
호재 뉴스가 보도되기 전후 퀀타피아 주가는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 과거 퀀타피아 경영진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거래정지 조치되면서 주가 요동은 멈췄습니다.
■ KBS의 20여 년 추적했던 그 기술?... 내부제보자 "기술 실체 없어"
KBS는 취재 도중 김 박사가 이미 2005년 언론에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김 박사는 제2의 황우석 박사로 불리며 100억 원에 가까운 정부출연금도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KBS는 KBS 스페셜과 추적 60분 등 2007년부터 2016년까지 5차례 방송을 통해 김 박사의 기술이 거짓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른바 '나노이미지센서 기술 사기' 사건입니다.
KBS의 의혹 제기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재조사위원회에서 김 박사의 기술을 거짓으로 보고 김 박사에게 '연구 참여 3년 제한' 조치와 '92억 원의 국고 환수 결정'을 했습니다.
다만, 김 박사가 회의 참석과 실험 재연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연구부정 여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행정법원은 연구책임자의 연구부정행위가 입증되어야 수행기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92억 국고 환수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고, 실제 환수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수행기관을 제재하기 위해선 수행기관 또는 연구책임자가 연구부정행위를 저질렀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서울 행정법원 판결(2012.05.10)-
"재조사위원회는 연구책임자인 김 박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재조사 위원회 회의 참석 및 재연을 요청하였으나 불응한 관계로 연구부정 여부를 판가름 하기 어려웠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재조사위원회 보고서(2010.12)
논란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김 박사는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왔고, 또 이미지센서 신기술을 발명했다며 퀀타피아 사업을 하게 된 겁니다.
회사 내부제보자들은 이번에도 김 박사 기술이 실체가 없다고 KBS에 전해왔습니다.
한 회사 내부제보자는 "기술을 좀 파악해보려고 하는데 전혀 없습니다. KBS에서 2016년에 보도한 내용 그때는 나노이미지센서라고 이름을 했는데 똑같아요. 그때도 근거가 없고 지금도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박사의 기술이 검찰 수사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는데, 김 박사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관계사들도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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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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