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라, '일병일어' 기적…물 한 병으로 만든 '워터' 밤

이재훈 기자 2024. 8. 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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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피아노(Amapiano) 슈퍼스타'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통해 첫 내한
[서울=AP/뉴시스] 타일라

[과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병이어(五餠二魚) 아니 이건 일병일어(一甁一敔)의 기적.

남아프리카 공화국(남아공) 출신 아마피아노(Amapiano) 슈퍼스타 타일라(Tyla)가 25일 오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광장에서 열린 복합 뮤직 페스티벌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OUF 2024·원유페)' 두 번째 날 헤드라이너로 나서 빚어낸 마법이다.

공연의 화룡점정에서 대표곡 '워터(Water)'로 타일라는 올해 국내 여름 페스티벌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을 선사했다. 물병 하나에 든 물을 자신의 몸에 뿌리는 걸로, 물을 쏟아내는 워터밤 페스티벌 이상의 흥건한 장면을 폭발적으로 만들어냈다.

도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관능은 퇴폐미가 아닌 고혹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국악기 중 호랑이를 본뜬 모양의 등줄기에 톱날처럼 생긴 톱니가 있는 타악기인 어(敔)가 있는데, 타일러가 무대 한 가운데 앉힌 거대한 호랑이 모형은 그 자체로 악기가 됐다.

타일라는 '워터'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아프리칸 뮤직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도 장기간 흥행했다.

'워터 챌린지'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슈화가 이달 초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연 콘서트 '아이돌(iDOL) 인 서울'에서 '워터' 댄스를 커버하기도 했다. 최근 워터밤 등을 통해 가장 핫한 걸그룹으로 등극한 '키스 오프 라이프'(키오프)도 이날 현장을 찾아 '워터'가 흘러나올 때 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졌다.

타일라는 약 4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호랑이 등 위에서 스크린을 수놓은 붉은 태양의 기운을 온 몸으로 빨아들이며 부른 '세이퍼(safer)'를 시작으로, 심미주의자들을 매혹할 만한 무대를 잇따라 선사했다.

[서울=AP/뉴시스] 타일라

'온 마이 바디(on my body)'에선 지고한 관능미를 뽐냈다. "코리아"를 외치며 인사한 뒤 자신의 호랑이라며 무대 위 조형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자신이 피처링한 '타타 아(thata ahh)'에선 관객과 섹시한 티키타카를 주고 받았다.

K팝 걸그룹 '베이비 몬스터'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를 선보였던 '아트(ART)'를 비롯 '케 샤이(Ke Shy)', '투 라스트(To Last)', '점프(Jump)' 등 자신의 대표곡을 모두 쏟아냈다. 해외 페스티벌에서 들려준 세트리스트에 변주를 가해 전혀 지루함이 없었다.

타일라는 무엇보다 '작은 거인'이었다. 키 160㎝의 아담한 체구를 자랑했지만 무대 장악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반주음원을 생생하게 만드는 가창력, 쉴 새 없는 퍼포먼스와 화끈한 무대 매너까지… 그가 왜 현존 최고의 팝스타로 통하는지를 확인케 한 순간이었다. 팬들이 '타공주'라 부를 정도로 빛나는 외모가 공연에 우아함을 더했다.

타일라의 무대 핵심은 일방적으로 과시하는 게 아니라 미세한 순간도 교감하며 관객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매혹에 있었다. 그건 우리가 페스티벌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인 공존의 황홀한 순간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단독 공연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타일라는 이날 오후 서울에서 비공개 팝업과 선착순 사인회를 연다.

한편 ㈜피치스그룹코리아(Peaches.)가 주최한 이번 'OUF 2024'는 지난 24일에도 열렸다. 양일 간 자신의 히트곡을 개사한 틱톡 영상에서 "독도"를 외쳐 유명해진 미국 래퍼 아르마니 화이트, 퓨처 하우스 열풍을 주도한 네덜란드 프로듀서 겸 DJ 올리버 헬덴스(Oliver Heldens)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자아인 하일로(HI-LO) 등도 출연했다. 국내에선 얼터너티브 K팝 그룹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 힙합 신과 K팝 신을 넘나드는 그룹 '영파씨(YOUNG POSSE)'가 나왔다.

지난해 처음 열린 'OUF 2024'는 자동차 문화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융합한 축제다. 세계적 F1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과의 협업했던 디지털 아티스트 매드 독 존스(Mad Dog Jones)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 페스티벌을 상징하는 각종 비주얼을 기획·제작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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