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있는 모텔 없나요"…숙박업소 대부분 화재 취약
유영규 기자 2024. 8. 26. 08:27
▲ 스프링클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당장 출장을 가는데 스프링클러 설치된 모텔 없나요. 모텔에 설비가 돼 있는 곳을 찾아보니 어플을 통해서도 설치 여부가 확인이 안 되네요."
7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건 이후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숙박업소를 찾는 문의가 온라인에서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천 호텔과 같이 오래전 준공된 숙박업소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유사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4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8년 이전에 지어진 소규모 숙박업소 건물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에 따르면 호텔·여관 건물은 1992년 소방법에 따라 지상 11층 이상 객실에만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이후 관련법 개정으로 2018년에 6층 이상의 호텔·여관에 전체층 설치 의무가 적용됐으나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불이 난 지상 9층짜리 부천 호텔도 20년 전인 2004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닙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 방화로 인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 여관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탓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커졌습니다.
같은 해 11월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때도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대응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반면 의무 설치 규정이 적용된 건물에서는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화재 확산을 막은 사례가 많습니다.
전날인 23일 오후에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아파트의 실내 에어컨에서 불이 났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일을 막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대형 쇼핑 시설에서 불이 났을 때도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15분 만에 진화가 완료됐습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래된 숙박업소에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을 소급 적용하고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점차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2019년 거동이 어려운 환자 등 '피난 약자'가 있는 일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병원이나 노인시설 등 피난 약자가 있는 곳에 보통 소급 적용이 돼 있는데 건물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숙박업소 투숙자도 피난 약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고의 재발방지책으로 낡은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전날 노후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6층 이상 건축물에 화재 방지 설비는 의무화됐지만, 2017년 이전 완공 건물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화재 피해가 커졌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전날 부천 화재 현장을 찾아 "특정 연도 이전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며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행안위를 통해 본격적으로 살피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소방법과 건축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가 소급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이번 화재 사고처럼 다중이용시설과 숙박시설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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