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 "수집형 RPG로 돌아온 고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SRPG가 큰 인기를 끌었다. 파이널 판타지, 영웅전설, 파랜드 택틱스, 랑그릿사, 창세기전, 악튜러스 등 많은 명작이 출시됐다. 이 게임들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당시 SRPG는 평범한 주인공이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하며 성장해 세계의 위기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대세였다. 스토리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건 등장인물들과 세계관 설정 등 세세한 디테일이었다.
스토리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어도 주인공이 경험하는 사건과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독특한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가 핵심이었다. 이 중 영웅전설 시리즈는 최신 OS에 호환되게 만들어 즐기는 고전 게임 중 하나다.
여러 방법으로 고전 게임의 향수를 느끼고 있는 와중에 파우게임즈와 네오위즈의 신작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가 28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당 게임은 24년 전에 발매된 영웅전설 3와 영웅전설 4, 영웅전설 5를 하나로 통합한 작품이다.
부제 '기가브 트릴로지'는 영웅전설 3와 영웅전설 4, 영웅전설 5를 통틀어서 부르는 명칭이다. 각 시리즈는 기가브라는 대륙의 균열과 자연환경으로 인해 나눠진 세 대륙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기자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네오위즈 측에서 베타 빌드를 제공해 먼저 한국어 버전을 맛볼 기회를 얻었다. 열심히 플레이해 보니 괜찮은 점과 아쉬운 점이 명확하게 나뉘는 게임이었다.
장르 : 수집형 RPG
출시일 : 2024년 8월 28일
개발사 : 파우게임즈
플랫폼 : 모바일
■ 역사 순서대로 즐기는 스토리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는 시리즈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한 연도순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덕분에 해당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세계가 어떤 위기들을 맞닥뜨리고, 극복하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캐릭터들의 설정과 스토리는 리메이크된 버전을 가져왔다. 특히 영웅전설 4는 당시 좋은 스토리와 별개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설정 등에 어색함이 가득했다. 이를 보완하고자 만든 게 바로 리메이크작 '신영웅전설 4'였다.
스토리는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냈다. 주인공의 유년 시절부터 성장 후 떠난 여행에서 겪는 사건들 모두 그대로다. 덕분에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일부 축소된 내용이 있으니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원작을 해보는 편이 좋다.
원작에선 없던 더빙이 추가돼 몰입감을 더했다. 모든 대사에 적용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스토리 상 중요한 대목에는 전부 더빙이 들어가 있다. 이는 원작 팬들도 경험하지 못했던 즐거움이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래픽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는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최근 트렌드에 맞게끔 그래픽을 전면 리메이크했다. 일러스트부터 SD 캐릭터, 필드 등 많은 요소가 변경됐다. 수없이 플레이했던 팬들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일러스트의 경우 한 차례 리메이크 됐던 PSP 버전보다 보는 맛이 좋다. 옛날 감성이 없어졌더라도 라이브 2D를 적용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베타 빌드를 진행하면서 일러스트만 보고 뽑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SD 캐릭터는 일러스트와 비교될 정도로 어색했다. 필드를 3D로 만들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방식이 아쉽다. 당장 과거 SRPG의 느낌을 현대식으로 표현한 게임들을 참고했다면 더 좋은 퀄리티로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스토리를 보다 보면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이 디테일해졌다. 놀라서 펄쩍 뛰거나, 서로 껴안고 포옹하는 등 동작이나 표정 등이 풍부해 나름대로 보는 맛이 있다.
■ 오토배틀러가 생각나는 전투
- 전투 플레이 영상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의 전투는 신영웅전설 4와 영웅전설 5에서 사용된 반자동 전투 방식을 따른다. 전투가 시작되면 캐릭터들은 타일을 한 칸씩 이동하며 적에게 다가가 공격한다.
스킬은 원작과 비교하면 다양하진 않다. 캐릭터마다 메인 스킬, 서브 스킬, 패시브 스킬 3개를 지녔다. 이 가운데 유저가 직접 발동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건 메인 스킬 하나다. 나머지는 조건을 만족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시전한다.
특이하게도 속성에 따른 상성이 없다. 대신 조합에 따라 전장에 영향을 주는 '시너지'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속성에 따라 덱을 맞추는 건 없지만, 시너지를 맞춰서 덱을 구성해야 하는 건 똑같다.
각 캐릭터는 공격력, 방어력, 마나 회복 등 최소 한 가지의 시너지를 가졌다. 동일 시너지를 지닌 캐릭터를 일정 인원 편성하면 오토배틀러 게임처럼 시너지가 활성화된다. 캐릭터 수가 적은 초반엔 시너지 때문에 저성 캐릭터를 섞는 전략을 추천한다.
■ 다채로운 캐릭터 성장 방식
캐릭터 성장은 다른 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장비부터 기본 스탯을 높여주는 잠재력, 캐릭터 전용 무기, 중복 획득 시 강해지는 초월 등 여러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면 익숙한 요소들이다.
장비의 경우 장신구와 전용 무기를 제외하면 모두 상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이는 옛날 RPG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계정 레벨이 오르면 상위 장비가 해금되므로 계정 레벨이 잘 오르지 않을 때 구매하는 편이 손해를 덜 본다.
캐릭터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싶다면 초월과 기원 무기가 중요하다. 초월은 동일 캐릭터를 중복 획득하면 얻는 조각으로 가능한 성장이다. 전용 무기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무기다.
전용 무기는 기본 장비와 별개로 추가로 착용하는 칸이 존재한다. 중복 획득 시 초월 이외에도 다른 강화법이 있다. 캐릭터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싶다면 신경 써야 할 점이다.
■ 다양하지만 익숙한 콘텐츠
다양하지만 익숙한 콘텐츠들이 반겨준다. 재화 던전을 비롯해 일회성 보상 던전, 강화 재료 던전, 아레나, 보스 경쟁전, 장신구 던전 등 여러 콘텐츠가 존재한다. 이는 명칭만 다를 뿐 기존 모바일 RPG에 있던 콘텐츠들이다.
대부분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보상을 주는 구조로 성장 동기를 부여한다. 성장 및 재료 던전은 매일 입장 횟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필수로 챙겨야 한다. 입장 재화는 클리어 시점에 차감되므로 상위 난도 도전의 부담이 없다.
콘텐츠들을 꾸준히 플레이하면 전용 재화가 지급된다. 각 재화는 소환권을 비롯해 스킬 강화, 랭크 업 등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매 가능하다. 캐릭터 성장을 위해서라면 꾸준히 챙겨야 한다.
소탕 기능이 있지만 제구실을 못한다. 소탕권 획득 방벙이 스테이지를 처음 클리어할 때만 지급한다. 다른 수급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베타 빌드라서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정식 출시 이후 개선돼야 할 점이다.
■ 수집형 RPG의 심장 '뽑기'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의 주요 과금 모델은 수집형 RPG답게 뽑기다. 뽑기는 일반 뽑기와 픽업 캐릭터 뽑기, 전용 무기 뽑기까지 3종류 존재한다.
일반 뽑기는 픽업 캐릭터를 제외한 캐릭터 중에서 등장한다. 3% 확률로 3성 캐릭터 중 하나가 무작위로 나온다. 픽업 캐릭터가 추후 일반 뽑기에 포함될지는 출시 이후 확인해야 한다.
픽업 캐릭터는 3성 등장 확률인 3% 중 1.5% 확률로 획득 가능하다. 만약 100회 동안 픽업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확정적으로 얻는다. 횟수 자체는 양호한 편이지만, 뽑기 비용과 재화 수급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전용 무기는 원하는 무기를 2개 선택해서 확률을 올리는 방식이다. 픽업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100회 동안 나오지 않으면 2개 중 하나가 확정 등장한다.
베타 빌드에선 유료 재화와 패키지 가격, 월 정액 효율 등이 확인 불가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캐릭터와 무기를 중복 획득해 성장하는 시스템과 경쟁 콘텐츠 때문에 상위권 유저가 되려면 많은 과금을 해야 한다.
■ 옛날 감성만큼은 충만한 신작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를 총평하자면 '만듦새는 완벽하지 않지만, 원작을 현대화한 게임'이다. 최대한 원작의 시나리오와 전투 방식, 일러스트 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개인적으론 수집형 게임답게 최신 트렌드에 맞춰 새로 그려낸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그 때문에 메인 스토리를 보는 내내 SD 캐릭터의 모습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이는 원작 팬들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메인 스토리 이후 전개될 오리지널 스토리다. 이는 원작 팬들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어떤 스토리로 기가브 트릴로지의 세계관을 확장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러 시리즈로 만들어진 연대기를 하나의 게임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옛날 SRPG 감성과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식 출시 이후 플레이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1. 원작 스토리를 더빙과 함께 즐길 수 있음
2. 원작에서 플레이 할 수 없었던 캐릭터도 플레이 가능
3. 고전 SRPG의 맛을 느낄 수 있음
1. 원작을 활용한 콘텐츠가 없다시피해서 아쉬움
2. SD 캐릭터의 어색한 동작이 스토리 몰입을 방해함
3. 조작감이나 UX가 좋은 편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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