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최고가 대비 90% 회복…내달 대출 규제 영향은

유영규 기자 2024. 8.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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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7∼8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역대 최고가의 평균 90%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포함한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오늘(26일) 부동산R114가 올해 7∼8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와 비교해 평균 90%까지 매매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과 2022년은 집값이 다락같이 오르던 시기로, 이 시기에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가를 찍은 단지가 대부분입니다.

구별로 서초구와 용산구는 올해 3분기 거래가격이 직전 최고가의 평균 99%까지 올라섰습니다.

거래된 아파트들의 상당수가 사실상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거나 육박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강남구가 97%를 회복하며 뒤를 이었고, 마포구와 종로구가 각각 95%, 성동구와 중구가 93%를 회복하는 등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같은 직주근접형 도심 아파트의 가격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습니다.

또 목동 재건축 호재가 있는 양천구와 송파·광진·영등포구가 각각 최고가의 92%까지 실거래가를 회복했고, 동작구(91%)와 강동구(90%)도 최고가 대비 90% 수준으로 거래가가 올랐습니다.

부동산R114 여경희 빅데이터연구소장은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1주택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이 추진되면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준상급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늘면서 가격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6월에 이어 7월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상승 거래도 증가했습니다.

올해 3분기 상승 거래 비중은 67%로, 하락(27%) 또는 보합(6%) 거래를 압도했습니다.

3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도 2분기 가격의 102%에 달했습니다.

개별 단지별로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선 곳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전용면적 84.95㎡가 지난달 46억 5천만 원에 팔리며 이 주택형 최고가를 기록했고,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 6월 말 50억 원에 계약돼 국민주택형 아파트 중 최초로 '50억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비강남권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6㎡도 이달 6일 20억 원, 16일에는 19억 5천500만 원에 매매돼 2022년 9월의 전고점 가격(19억 2천500만 원)을 경신했습니다.

이에 비해 강북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입니다.

도봉구는 7∼8월 실거래 가격이 직전 최고가 대비 79%로 서울지역에서 가장 낮았고, 노원구(80%), 금천구(83%), 강북구(83%), 중랑구(85%)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곳은 회복률이 80%대에 그쳤습니다.

재건축 사업성 문제가 불거진 노원구 상계 주공5단지 전용 31.98㎡는 이달 초 거래가가 5억 2천만 원으로 2021년 8월의 최고가(8억 원) 대비 65% 선이었습니다.


이처럼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매매는 아직 거래 신고일이 일주일 남았는데 25일 현재까지 8천534건이 신고돼 6월(7천496건) 거래량보다 1천 건 이상 많았습니다.

이는 2020년 7월(1만 1천170건) 이후 4년 만에 최다 거래량입니다.

다만 8월은 현재까지 1천849건이 신고돼 7월보다 거래량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가 부담스럽다며 관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호가는 여전히 강세지만 7월에 비해 거래량이 많이 줄어 가격 상승세도 주춤한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다음 달부터 전방위적인 대출 축소에 나서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축소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다음 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는 등 강도 높은 대출 억제에 나설 방침입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가산금리가 높아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종전보다 오르고, 대출 한도도 축소됩니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 눈치에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고, 갭투자에 이용될 만한 일부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돈줄 죄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내 전세자금대출에도 DSR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어서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거래 시장도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스트레스 DSR 시행이 당초 7월에서 9월로 연기되면서 대출을 앞당겨 받으려는 수요자들로 인해 7월 거래량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8월 들어선 시한이 촉박해지며 거래가 줄었는데 대출 강화 기류와 집값 단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 이달 들어 거래가 감소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늘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대출 한도 축소가 우려되는 수요자들의 막바지 계약이 몰릴 수 있지만, 7월 거래량을 넘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초 7만 6천여 건으로 감소했던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현재 8만여 건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규제 정책에 신중한 정부지만, 추가 수요 억제책이 나올지도 관심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집을 사면서 일부라도 대출을 끼지 않는 매수자가 거의 없다 보니 대출과 금리 등 정부의 돈줄 죄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미국발 금리 인하가 예고돼 있고 공사비와 고분양가, 공급 부족 등의 문제는 단기 해결이 어려운 만큼 상승세가 주춤하더라도 집값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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