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액 중 퇴직금이 40%…“퇴직연금 도입률 높여야”
임금체불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체불액의 40%가량은 퇴직금인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자가 돈 한 푼 없이 내몰리지 않도록 퇴직연금 도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 체불액 1조7845억원 가운데 38.3%인 6838억원은 퇴직금이었다.
체불액 중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0.0%(6326억원), 2021년 39.0%(5271억원), 2022년 40.5%(5465억원) 등 매년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올해 상반기 체불액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도 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사용자가 퇴직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과 금융기관에 적립·운영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이 자금난을 겪거나 폐업하더라도 퇴직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도입률이 아직도 낮다는 점이다.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도입 대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8%다. 그나마 1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88.5%에 달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23.7%에 그친다. 최근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도 퇴직연금 미가입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에선 퇴직금 체불이 이미 현실화했다.
김위상 의원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이 경영 위기를 맞는 경우 근로자들은 퇴직금 한 푼 없이 실직에 처하게 된다”며 “근로자의 퇴직 후 삶을 보장하고, 체불임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퇴직연금 가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이와 관련한 김 의원의 질의에 사전 서면답변을 통해 “영세사업장 임금체불 방지 및 근로자 노후 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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