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염, 이젠 결단해야"…파격 주장에 '술렁'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역대급 폭염에 태풍 지위 부여하나
올해도 역대급 폭염이 여름철을 강타했다. 미국 유관기관들은 "2024년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라고 했고, 유럽에선 "올해 7월은 작년 7월에 이어 두 번째 역대급 폭염"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폭염에도 이름을 붙여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태풍에 이름을 붙여 경보를 발령하는 것처럼 여름철만 되면 일상화된 폭염에도 똑같은 체계를 적용할 필요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자꾸만 더 '열받는' 지구
블룸버그통신은 "작년이든 올해든 무더위가 지구 역사상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최근 "현재 전 세계 5억 명의 아동들이 자신들의 조부모 세대보다 2배 이상 더 폭염에 노출되는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니세프가 지난 60년간 아동의 폭염 노출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은 이달 12일 "지난 7월은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달"이라고 발표했다. NASA는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이 작년 7월보다 0.02도 더 뜨거웠다는 결과를 내놨고, NOAA 역시 0.03도 더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유럽연합(EU)의 기후과학기관 코페르니쿠스는 "7월 기온이 전년 동기 대비 0.04도 낮아져 역대 두 번째로 더운 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베클리어스 지구연구소의 기후 과학자 제이크 하우스파더는 "관측치가 미미하게 차이날 뿐 두 데이터 모두 지구가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며 "또한 올해 들어 지금까지 지구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의 더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구 온도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계와 정부는 가장 효과적인 폭염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폭염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염에 이름을 붙여 관리하면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다. 영국 생리학회의 앤드류 맥켄지 부국장은 "폭염은 다른 기상 현상과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처럼 이름 짓자"…폭염 둘러싼 공방
영국 생리학회는 인체 작동 방식을 연구하는 학계 모임으로, 폭염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기상학자들에게 폭염에 이름을 붙일 것을 촉구하는 단체들 중 하나다. 이들의 주장은 "20세기 중반부터 이어져 온 태풍 명명 방식을 폭염에도 차용해 기상학자, 응급의료기관, 미디어 등 유관 단체들이 혼동을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약자나 당뇨병, 고혈압, 심장·폐 질환 환자들이 특히 폭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스페인 세비야는 2022년 여름 이 아이디어를 최초로 실행에 옮긴 지역이다.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그해 7월에 6일간 지속된 고온 현상을 '조이'라고 명명했다. '조이' 실험에 대한 연구의 공동 저자인 캐시 보우면 맥레오드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항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폭염에 이름을 붙일 경우의 가치를 평가한 최초의 학술 논문 연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폭염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스페인 남부 지역의 약 6%의 사람들이 조이라는 이름의 폭염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고, 주변인들에게도 더위에 대해 경고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폭염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더 많이 신뢰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엔 그리스, 이스라엘, 키프로스의 기상 당국이 공동으로 역내 닥친 폭염에 '클레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눈에 보이는 명확한 피해를 입히는 태풍과 달리 폭염에 관해서는 사람이나 지역마다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 경험하는 폭염은 스페인이나 인도에서 경험하는 폭염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폭염에 의한 사망 역시 기온이 급상승한 직후가 아니라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2022년 "폭염 명명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자체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기후 위기로 인한 이상 기온이 증가하는 시기에 당국의 지침 이나 주의 사항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이 오히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떨림 없이 24시간 근무"…'20년차 베테랑' 신입 정체 깜짝
- "사람 떠나는데" 18년 만에…항공사 직원들, 결국 폭발했다
- '역대급' 심상치 않다…진짜 큰손들도 '이것' 쓸어 담는다
- "하루 6000원에 '서빙 로봇' 빌려드려요"…식당 '문의 폭주'
- "벗겨서 망가뜨릴 것"…이번엔 '현역 군인들' 대화방 '발칵'
- 통장에 1000만원 넣고 1년 뒤 받은 돈이…"이자 쏠쏠하네"
- '훈련사 삶' 전념하겠다더니…강형욱, 근황에 응원 쏟아졌다
- "밤에 엘리베이터 타지 말아주세요"…이웃 주민의 호소문 '시끌'
- "빚내서 전기차 사업에 5억 베팅했는데…" 잭팟 터진 '이 회사'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 종부세 때문에 일부러 집 팔았는데…"이럴수가" 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