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0대 사모펀드 올해 中기업 거래 고작 5건···"급격한 감소"
2021년 30건 거래에서 올해 5건으로 급감
10개 중 7곳 한 건도 거래 안하고 5건도 소규모
2021년 해외 IPO 막히면서 자금 회수 어려워지고
미중 갈등 심화에 중국 경제 휘청이며 투자 매력↓
미·중 갈등이 계속되고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중국 내 거래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딜로직의 데이터를 인용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움직이는 세계 10대 사모펀드의 중국 내 신규 투자가 올해 5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이 된 10대 사모펀드는 월버그 핀커스, 칼라일그룹, KKR, TPG, 베인캐피탈, EQT AB, 블랙스톤, CVC 캐피털 파트너스, 애드번트 인터내셔널,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이다. 중국에서 단 한 건의 거래도 수행하지 않은 펀드나 단 한 건의 거래만 진행한 바 있던 비스타에쿼티 파트너스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기업이 2021년 중국에서 총 30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폭 줄어든 수치다. 또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중국 내 신규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고, 5건의 거래도 대부분 소규모 투자에 그쳤다. FT는 “한때 가장 뜨거운 시장이었던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열기가 최근 얼마나 빠르게 식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실제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과 광고 플랫폼인 58닷컴 등에 투자하면서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미국 사모펀드 월버그핀커스는 올해 중국에서 전혀 거래하지 않았고 지난 2년 동안에도 각각 2건씩만 거래했다. 2017년 18건, 2018년 15건씩 거래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계 딜메이커 중 하나인 블랙스톤 역시 올해 공급망 관리 회사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제안한 소규모 거래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없었다. 블랙스톤은 2021년 이후 중국에서 인수합병 거래를 한 적이 없다. 올해 블랙스톤을 제외하고 중국에서 거래를 성사시킨 기업은 어드밴트와 베인캐피털이 유일하다. 어드밴트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퍼런스 및 전시 그룹인 VNU 익스히비션 아시아와 반려동물 사료 제조사인 시크 펫 푸드(Seek Pet Food)에 투자했다. 베인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포장 패키지 기업 페드리고니를 통해 제지사인 아조위긴스와 RFID(무선주파수식별) 기업 보잉테크의 지분을 인수했다.
급격한 거래 위축은 중국 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과거보다 무척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빠르게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체투자관리협회의 아시아태평양 공동 책임자 커 셩 리는 FT에 “중국은 지정학적 긴장과 규제의 예측 불가능성, 경제적 역풍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롤러코스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싱가포르의 급속한 성장이 ‘골드러시’를 일으켰지만 오늘날은 돋보기에서 핀셋으로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외 상장길이 가로막힌 것은 사모펀드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켰다. 앞서 사모펀드들은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의 지분을 매입해 미국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돈을 벌어다 줬다. 하지만 2021년 ‘중국판 우버’로 불리던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단속하면서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 회수)’ 방법이 막힌 것이다. 컨설팅업체 더아시아그룹의 한 린은 “해외 투자 규정 같은 지정학적 제약으로 인해 중국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투자하기에는 점점 더 위험해보인다”고 말했다. 리 역시 “IPO 시장의 극심한 동결로 중국 펀드 매니저들의 발이 묶여 있다”며 “회사를 상장할 수 없는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다른 출구 경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거래 매각이나 합병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수익성을 높이려면 IPO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중국 기술에 대한 미국 투자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자본과 전문 지식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양자 컴퓨팅과 첨단 칩,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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