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살린다지만…” 하루 1t 쓰레기에 용인 NRD-K 공사현장 몸살
“지역 경제 살려주는 건 고맙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지난 22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농동 NRD-K 건설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온 동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연구단지를 건설하는 NRD-K 공사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공은 삼성물산 등이 맡고 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 공사에는 하루 평균 6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서농동 쓰레기 문제는 공사에 투입된 노동자들이 도로변 등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A씨 말처럼 이날 기흥구청과 동행해 둘러본 현장에선 쓰레기가 버려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나온 노동자들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그대로 바닥에 버리거나, 마시고 난 커피를 난간 등에 올려둔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일대 골목 곳곳에는 담배꽁초와 일회용컵, 찢어진 박스 등이 한데 섞여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화단이나 잔디밭에도 버려진 쓰레기가 한가득했다.
기흥구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서농동 공사 현장 일대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는 하루 1t 가량이다. 기흥구 전체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양보다 서농동 일대에서 수거되는 쓰레기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거리로 쏟아지는 쓰레기에 관련 민원도 하루 평균 4~5건 접수되고 있다.
주민들은 불법 주정차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이 인도를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탓이다. 보행자들은 아무렇게나 주차된 오토바이와 자전거 사이를 비집고 걸어 다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에 대한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기흥구청은 “한두 명만 단속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니 모든 이들을 단속해야 하는데 워낙 인원이 많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거센 반발도 단속 공무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라고 했다.
시민들은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계도가 절실하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다. 김분섭 서농동 통장협의회장은 “민관이 합동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줍는 것보다 버리는 게 훨씬 많다”며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시와 구청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시민 B씨는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으니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는 것 아니겠느냐. 쓰레기 버리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노동자들의 입장도 일부 공감이 간다”고 밝혔다.
기흥구 관계자는 “먼저 쓰레기통 3개를 설치했다. 쓰레기통에 외부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생겨 마냥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다. 시공사 측에도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적극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 교육과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원을 별도로 고용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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