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목동 전세주고 이사 왔어요"…젊은 부자들 몰린 이유 [대치동 이야기⑳]

이혜인 2024. 8.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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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교육' 수요에 물 만난 개포동
"목동에서 대치동 학원 라이딩하다가 포기"
신축 수요까지 급증하자 개포동은 호황기
대규모 신축 아파트들이 비교적 빠르게 들어선 강남구 개포동은 전세 수요자뿐만 아니라 매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와 개포 더샵 트리에의 모습. / 사진=이혜인 기자


남쪽으로는 대모산과 인접한 개포동, 북쪽으로는 은마아파트를 포함하는 개포택지개발지구가 1981년 지정된 이후로 개포동은 대치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강북에 있던 경기·숙명여고, 중동고 등이 차례로 이 일대로 이전해 대치동이 '교육특구'로 입지를 굳힌 1980년대에도 개포동에는 강남 8학군 명문고에 자녀들을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지금은 '래미안', '자이', '디에이치'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탈바꿈한 옛 개포주공아파트들 앞 버스 정류장에는 당시에도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대치동 학원가에 통원하려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그 시절'이 비해 지금 확연히 달라진 사실이 있다면, 이 일대가 양재천 북쪽 대치동 전통 부촌을 능가하는 초고가 새 아파트로 즐비해졌다는 점. 이로 인해 진입장벽에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다.  

 잠실, 목동서 밀려드는 젊은 부자들

“개포동 신축 단지들은 국평(전용 84㎡) 기준 30억원대에요. 자산이 넉넉하지 않으면 무리해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들어오기 어렵죠. 보통은 서울 잠실, 목동에 자가가 있는 분들이 자녀 학원 라이딩에 지쳐서 자가는 세를 주고 개포동 신축 전세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자들의 이런 얘기처럼 요즘 개포동에 유입되는 가정의 '주력'은 서울에서 대치동 학원가와 거리가 먼, 교육열 뜨거운 지역의 젊은 학부모들이다. 개포동 새 아파트는 전세가격만 방 세개짜리가 10억을 훌쩍 넘는다.

지방에서 자녀 교육만 바라고 이곳을 노리는 학부모들은 주로 대치동 일대 구축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개포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방에서 자녀 교육만을 위해 무리해서 들어오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이 경우 대치동에 은마아파트 등 구축 단지가 많아 다른 선택지들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강남권으로 분류되는 지역에 자가를 보유힌 여유 있는 집에서 더나은 자녀 교육 여건을 보고 들어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란 조어가 자리를 잡은 것처럼 신축 단지의 우수한 커뮤니티 시설은 이들을 유혹하는 또다른 포인트다. 

다만 도곡동 주민들조차 '학원가에서 멀다'는 이유로 은마아파트 등 학원가 도보 이용 가능권으로 이사를 오는 마당에 개포동은 너무 먼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기준으로 대치동 학원가와의 거리는 도보로 30분에 이른다. 버스(2413번)로 한번에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 학부모라면 라이딩이 필수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런 단점이 빠른 시일 내 극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일대 수요를 노린 학원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인프라들이 알아서 확충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A공인 대표는 "입주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지금은 학원 셔틀버스 노선이 잘 마련돼 있지 않지만, 셔틀 시스템은 통상 몇 주 안에 금방 만들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 학부모들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2년 실거주 피하자" 개포 6·7단지, 28일 조합설립총회

 신축 프리미엄에 우수 교육 여건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동은 초·중·고 급별 학교가 모두 풍부하고, 아파트 단지들과의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왼쪽부터 개일초, 구룡중, 개포고의 모습. /사진=이혜인 기자

대치동도 그렇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개포동 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라면 살펴볼 단지가 한둘이 아니다. '개포'라는 한 단어는 이 일대 단지들을 포괄하기엔 너무 단순하다.

그나마 분류를 해 보자면 언주로를 중심으로 △서쪽의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옛 개포시영) △중앙의 전통 부촌 ‘경·우·현(경남·개포현대 1차·개포우성 3차)’ △대모산 인접 옛 개포주공 재건축 단지와 주공 5~7단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2020년 입주한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2296가구)는 초등 자녀를 둔 수요자들이 선호한다. 배정 초등학교는 구룡초, 포이초다. 이곳의 가장 큰 단점은 대중교통이 지목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도보로 19분 걸리는 수인·분당선 구룡역으로 멀다. 그나마 맞대고 있는 언주로의 버스 노선이 다양해 이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많다.

옛 개포 주공 단지를 재건축한 신축 아파트들 밀집 지역은 지금의 개포동을 상징하는 블록이다. 가장 최근 입주해 대장주로 꼽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 1단지 재건축·6702가구)는 단지 내 개원초와 개원2초를 두고 있다. 일부 동은 개포동 단독 주택가와 함께 개월초로, 일부 동은 구룡마을,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 2단지 재건축)와 함께 개원2초로 배정된다.

이 구역에서도 학령기 자녀가 있는 수요자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단지는 2019년 입주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 2단지 재건축·1957가구)와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 3단지 재건축·1320가구)다. 단지 바로 옆에 전통 명문고인 경기여고가 있는데다 두 단지 사이에 개포공원과 개포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어 자녀들 키우기에 최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개포도서관의 경우 2026년까지 재건축이 예정돼 있어 지금은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이 일대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많이 이용해 이 일대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 중에는 '재건축 이후'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개포 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2023년 입주·3375가구)는 단지 내 초등생 전체가 개포초로 배정된다. 

 재건축 진행 중인 단지들도

소위 '경우현'으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경남(678가구), 개포현대 1차(416가구), 개포우성 3차(405가구)는 통합 재건축으로 추진돼 총 2340가구 규모 아파트로 개발될 예정이다./사진=이혜인 기자
개포 '경·우·현'도 오세훈표 재건축 신청

신축의 비싼 전셋값이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은 개포고등학교 인근  경·우·현(경남·개포현대 1차·개포우성 3차)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1984년에 입주한 세 단지는 각각 678가구, 416가구, 405가구 규모다. 

경·우·현의 경우 구축 아파트이긴 하지만, 단지 내에 대형 평수가 많은데다 주차 여건도 나쁘지 않아 선호도가 높다. 이들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사업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양재천을 인접해 계획대로 총 2340가구로 탈바꿈할 경우 주변의 현 새 아파트들보다 입지여건이 훨씬 낫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만큼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예 매매로 들어오는 학부모들도 많다. 

옛 개포 주공 단지들 중 아직 재건축이 되지 않은 고층 5·6·7단지는 수인·분당선 개포동역과 대모산입구역의 더블 역세권이다. 버스정류장도 경기여고, 양전초등학교, 개원중학교 주변에 즐비해 교통 여건만 놓고보면 경·우·현보다 몇 수는 위라는 이 일대 중개업자들도 적지 않다. 다만 이곳은 모든 세대가 국평 이하 방 2~3개짜리 중소형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최대 단점이다. 두 자녀 가정의 경우 자녀들이 중학생 이상만 되도 살기가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구 수가 많아 주차 여건도 경·우·현에 비해 나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개포동 S공인 대표는 "대치동이 자녀의 교육 여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개포동은 부동산 시세차익까지 노리고 진입하는 학부모들이 꽤 있다"며 "옛 개포주공 저층 단지가 입주한 이후 대치동에 비해 재건축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이른 시일 내 새 아파트 거주를 꿈꾼다면 대치동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인근 아파트 단지 매매와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사진=이혜인 기자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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