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금 가입 전 軍난청 진단 근거로 장애연금 불인정 결정 부당"

연금공단, 신검 자료 근거로 "난청 연금 가입 전 발생"
재판부 "검사 신빙성 부족…질병 숨겼다고 볼 이유 없어"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가정·행정법원 전경 (서울가정법원 제공)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병역 신체검사를 근거로 연금 가입 전 이미 난청이 발생했다며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한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최근 A 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연금 수급권 미 해당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 취소' 결정과 함께 소송비용을 피고인 공단 측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1985년 6월~7월경 시행된 병역 신체검사에서 양측 난청의 정도가 중증도 난청 수준인 41~55㏈(데시벨)인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검사는 군의관으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대상자를 서게 한 후 군의관의 속삭임 소리를 복창하게 하고,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때마다 군의관이 한 발씩 대상자에게 접근, 속삭임 소리를 내어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A 씨는 1999년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2010년 한 병원에서 난청 관련 진료를 받아 '양측 50%의 어음명료도, 우측 65㏈, 좌측 85㏈의 난청'이라는 청각장애 4급에 해당하는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2022년 국민연금공단에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을 원인으로 장애연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 씨의 병역 신체검사 자료를 문제 삼았다. 공단은 가입 전 병역 신체검사 자료를 근거로 A 씨의 난청이 '연금 가입 전에 발생했다'며 장애연금 수급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해당 처분에 불복한 A 씨는 신청 당해 심사를 청구했으나, 공단이 이를 기각하면서 A 씨는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985년경 징병 신체검사에서 중등도 난청(41~55㏈)이 있다고 보아 청력장애로 인한 4급 판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1999년 이전에 청각장애를 초래한 질병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청력장애의 직접 원인이 된 질병은 의학적·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인 2010년경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신체검사 당시 중등도 난청 판정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검사 및 측정 방법만으로는 신체검사 당시 원고의 순음청력역치가 의학적·객관적으로 측정됐다거나, 그 평균값이 (중등도 난청에 해당하는) 41~55㏈이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당시 장애연금을 받을 목적으로 이 사건 질병 발생 사실을 숨기고 가입했다가 이후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장애연금을 청구하는 경우라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당초 국민연금법에는 '국민연금의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으로 인한 장애에만 장애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2007년 7월 23일 '당해 질병의 초진 일이 가입 중인 경우로 가입자가 가입 당시 발병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도 가입 중에 생긴 질병에 포함하기로 개정되면서 장애연금 수급권의 범위가 확대됐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