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가계대출 6.8조↑…금융당국 "모든 수단이 검토 대상"
3단계 DSR 앞당기나…최후 수단 LTV 조정도 검토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으나, 주담대 잔액이 일주일 새 3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에만 7조 원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지난달 증가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당장은 다음 달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정이나 DSR에 전세대출도 포함하는 등 사실상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는 분위기다. 은행권에선 전세대출뿐만 아니라 보증보험상품 취급도 일부 제한에 나섰다.
◇가계대출 이달에만 6.8조 늘어…주담대만 6.1조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722조 52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15조 7383억 원) 대비 6조 7902억 원 늘어난 액수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이후 매달 5조 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려 7조 1660억 원 늘었다. 이달 지금 같은 추세라면 증가액이 지난달 수준을 넘어 8조 원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주담대가 6조 원 이상 늘며 가계대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22일 기준 주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65조 8956억 원으로 지난달 말 559조 7501억 원 대비 6조 1455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 14일 이후 8일 만에 2조 9048억 원이 늘어났는데, 증가 폭이 가팔라진 것이다. 앞서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7조 5975억 원 늘며 역대 최고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이번 달 이 흐름대로라면 지난달 수준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이달 들어 주요 5대 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20차례 이상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데 그럼에도 주담대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은 이례적이다.
이는 자칫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커지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세에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른바 '막차타기'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적용되며 스트레스 금리는 0.75%p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선 스트레스 금리를 1.2%p로 강화 적용된다. 수도권에서 연봉이 50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4200만 원, 연봉 1억 원인 사람의 경우 840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이날 기준)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은 8467건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기였던 지난 2020년 7월(1만 1170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이날 기준) 경기도 내 아파트 거래량은 1만 4722건이다. 거래량이 1만 4000건을 넘긴 건 지난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 20차례 넘게 올린 은행…전세대출·보증보험 상품도 죈다
대출금리를 20차례 넘게 올린 주요 5대 은행은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및 보증보험 상품 취급 중단에도 나섰다.
당장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을 막아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는다는 취지다.
MCI(모기지신용보험)·MCG(모기지신용보증) 취급도 중단한다.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인데,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5500만 원 이상의 대출 한도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6월 26일부터 MCI 취급을 중단(집단단금대출 등은 예외)했고, 다른 은행도 모니터링 강화 및 관리 대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효과 지켜본다는 금융당국…모든 수단 검토
금융당국은 당장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가계대출 속도가 잡히지 않을 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막차타기' 수요가 몰리는 것인지 등 주요 은행뿐만 아니라 2금융권도 두루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최후의 수단으로 LTV 조정까지도 검토 대상에 올려두고 있다. 현재 규제 지역 LTV는 50%(비규제 지역 70%)인데, LTV가 10%만 줄어도 대출 한도를 확 줄일 수 있다.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 3단계 시행 시 스트레스 금리는 100% 반영된다. 이외에도 전세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하는 방안도 꾸준히 거론된다. 현재 은행권은 전세대출을 DSR에 반영하고 있진 않지만 금융당국은 관리 목적으로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를 관리 목적으로 산출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 원인에 따라 맞춤형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며 "막차타기 수요 등 전 금융권을 다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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