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박상신의 지휘봉, 수익성 강화 정조준

김창성 기자 2024. 8. 2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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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영업이익 지속 급감… 4970억→ 3307억→ 935억원
리스크 점검 따른 원가율 조정 여파… "하반기 실적 반등할 것"
DL이앤씨가 수년간 실적 부진이 반복됨에 따라 잦은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겪고 있다.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은 최근 신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사진=DL이앤씨
수년째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DL이앤씨가 결국 주택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사업 등 신사업에 몰두하던 DL이앤씨는 해마다 영업이익이 고꾸라지며 마창민 대표이사가 지난 4월 사임한 데 이어 새 수장에 오른 손영재 대표마저 한 달여 만에 물러났다.
신임 대표이사에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선임한 배경에는 수익성 높은 주택사업의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돌고 돌아 다시 찾은 주택 전문가


26일 DL이앤씨에 따르면 최근 열린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박상신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건설사업 위기를 극복하고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 측은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전임 대표이사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마창민·서영재 전 대표이사는 건설업체 경력이 없는 LG전자 출신으로 전문성 결여 논란에 시달려 왔다.

마 전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로 존슨앤존슨 코리아의 마케팅 디렉터 출신이다. LG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 전략과 북미 영업, 모바일사업 상품기획 등을 담당했다.

DL이앤씨 전신인 대림산업 시절 영입돼 2021년 회사 분할 당시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주택·토목·플랜트사업부문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 붙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지속해서 추락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마 전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지만 한 달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DL이앤씨는 마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다시 LG전자 출신의 신사업 전문가 서영재 전 LG전자 BS사업본부 IT(정보기술)사업부장(전무)에게 경영을 맡겼다.

그는 1991년 LG전자에 입사해 TV·AV(오디오·비디오), IT 사업부, 비즈인큐베이션센터 사업부문 등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건설업에 발을 디딘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전문성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최근 5년 동안 DL이앤씨의 시평 순위는 등락을 반복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DL이앤씨는 당시 서 전 대표의 인사 배경에 대해 ▲신사업 추진 ▲리스크 관리 ▲혁신을 새로운 경영 방침으로 내세웠지만 두 달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새로 선임된 박 대표는 주택사업 전문가로 평가된다. 대림산업 대표 시절 사업 구조와 조직문화 혁신을 주도하며 실적을 이끌었고 2019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 1조원을 거뒀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 톱3에 올랐다. 앞서 삼호에선 경영혁신본부를 맡아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 조기 졸업과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했다.


무거워진 어깨, 실적 반등 이끌까


DL이앤씨는 박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문제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국토부가 매년 7월 말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DL이앤씨는 올해 5위를 회복했지만 2020~2023년 순위가 요동쳤다.해당 기간 DL이앤씨의 시평 순위는 ▲2020년(대림산업) 3위 ▲2021년 8위 ▲2022년 3위 ▲2023년 6위를 기록했다.

시평 순위는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다. 각종 입찰과 시공사 선정 등에 영향을 미쳐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중요한 대외 지표다.
DL이앤씨는 최근 연이어 실적 부진을 겪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2021년의 시평 순위 8위는 대림산업과 분리되며 경영평가 점수에서 1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DL이앤씨 측은 설명했다. 다만 상위권에 안착하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DL이앤씨의 최근 3년(2022~2024년 상반기) 사업·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매년 뒷걸음질쳤다.

DL이앤씨의 2022년 실적은 ▲매출 7조4969억원(이하 전년 대비 1.8%↓) ▲영업이익 4970억원(48.1%↓) ▲순이익 4316억원(32.1%↓)을 기록했다.

이듬해에 ▲매출 7조9911억원(6.6%↑) ▲영업이익 3307억원(33.5%↓) ▲순이익 2022억원(53.2%↓)을 기록해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 3조9608억원(전년 동기 대비 3.7%↑) ▲영업이익 935억원(42.3%↓) ▲순이익 406억원(68.6%↓)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동안 영업이익률은 6.6%→ 4.1%→ 2.4%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DL이앤씨는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해 주택경기 부진이 장기화됐고 자회사 DL건설의 전 현장을 대상으로 리스크 요인을 재점검해 일부 원가율 조정과 대손을 반영한 점이 작용했다고 짚었다.

원가율 높은 현장들이 준공된 지난해 이후 원가율 안정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하반기부터 원가율 개선에 따른 영업이익 반등을 기대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경기침체 상황 속에 새 리더십이 필요했고 주택사업 전문가의 선임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가 회사의 황금기를 선두에서 지휘한 경험이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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