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복수해야겠다" 이 악문 류현진, 7020일 숙원 어떻게 풀었나…한화 5강, 꿈 아닌 현실로

김민경 기자 2024. 8. 2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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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이 7020일 만에 두산 베어스와 3연전 스윕을 이끌었다.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류현진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전 타석에서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꼭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던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37)은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이를 악물고 던졌다. 7020일 만에 두산과 3연전 스윕, 그리고 한화의 5강 도전이 걸린 경기였다. 류현진은 반드시 팀을 승리를 이끌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고, 에이스답게 자신의 임무를 해냈다. 7이닝 95구 5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8승(7패)째를 챙겼다. 지난 18일 인천 SSG 랜더스전(6⅓이닝 1실점)에 이어 선발 2연승이다.

한화는 3-1로 승리하면서 숙원을 풀었다. 한화는 지난 23일 7-4 승리, 24일 연장 10회 7-6 역전승에 이어 이날까지 두산과 3연전을 모두 이겼다. 지난 2005년 6월 4일부터 6일까지 청주에서 치른 두산과 3연전 스윕 이후 무려 7020일 만에 챙긴 두산과 3연전 시리즈 스윕이었다. 2006년 류현진이 입단하기도 전의 일이니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이 간다.

류현진다운 제구력을 뽐냈다. 97구 가운데 73구가 스트라이크였다. 직구(28개)와 싱커(25개), 체인지업(20개)을 비슷한 비율로 던지면서 커터(10개)와 커브(8개), 슬라이더(4개)를 섞어 던졌다. 직구와 싱커의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고, 커터는 최고 141㎞까지 나왔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4회말 김재환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김재환은 경기 전까지 올해 류현진 상대로 5타수 3안타 1볼넷을 기록한 껄끄러운 상대였다. 김재환은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커브가 높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중월 동점포로 연결했다. 시즌 14호포로 비거리는 130m에 이르렀다.

다행히 타선이 류현진에게 한번 더 승리를 이끌 기회를 줬다. 6회초 1사 후 요나단 페라자가 볼넷을 얻어 출루한 가운데 다음 타자 장진혁이 우중간 적시 2루타를 날렸다. 1루주자 페라자의 공격적인 주루가 돋보였다. 우익수 조수행이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기 전에 타구를 잡아 중계 플레이를 이어 갔는데, 페라자는 멈추지 않고 홈까지 전력질주했다. 이때 중계 플레이를 하던 2루수 강승호의 홈 송구가 홈플레이트에서 크게 벗어나면서 페라자는 여유 있게 홈에서 살 수 있었다. 한화는 덕분에 2-1로 앞서 나갔다.

류현진은 6회까지 76구를 던진 만큼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재환과 승부가 중요했는데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앞서 홈런을 내준 아쉬움을 털어냈다. 1사 후 강승호에게 3루수 왼쪽 내야안타, 2사 후 김기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2사 1, 2루 위기에 놓였을 때는 대타 양의지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임무를 마쳤다.

8회부터는 박상원이 공을 넘겨받아 2이닝 무실점 퍼펙트 투구로 시즌 2호 세이브를 챙겼다. 9회초에는 최재훈이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으면서 3-1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3연승은 생각 못했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 류현진이 너무 훌륭하게 7이닝을 막아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선수들 모두 일주일 동안 고생 많았다"고 총평했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류현진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경기 뒤 7회 투구와 관련해 "(김재환은) 아무래도 선두타자였고, 또 우리가 역전한 상황이었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꼭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것 같다. (양의지와 승부는) 그냥 포수 사인대로 던졌다. 그때는 (최)재훈이 사인대로 던졌고, 그런데 또 가장 좋은 공들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즌 성적 56승60패2무 승률 0.483를 기록했다. 여전히 순위는 7위지만, 이제는 5강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5위 kt 위즈와는 1경기차까지 좁혔고, 6위 SSG 랜더스와는 경기차가 나지 않는다. 최근 3연승 흐름을 사직까지 이어 간다면 한화의 5강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최근 팀 분위기와 관련해 "지금 (채)은성이랑 (안)치홍이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또 힘을 합쳐서 계속해서 연승을 달리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좋다. 순위 싸움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동안 못했던 것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또 선수들이 경기마다 집중하고 있는 것 같고, 어린 선수들부터 베테랑까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경기, 이닝, 순간마다 계속 집중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인천에서 치른 당시 5위 SSG와 3연전을 모두 이긴 기세를 지금까지 이어 가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청주에서 치른 NC 다이노스와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23일부터 25일까지 두산과 잠실 3연전을 또 모두 이기면서 최근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했다. 지난 15일까지 SSG와 5.5경기차까지 벌어졌던 거리를 단숨에 없앨 수 있었던 이유다.

류현진은 이와 관련해 "요즘 더그아웃 분위기만 봐도 선수들이 굉장히 한 구, 한 구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또 파이팅도 벤치에서 많이 내주고 있다. 선수들이 이제는 얼마 안 남은 것을 알고 있고, 지금 중요한 순간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본인들이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5위가 가까워진 만큼 선수들이 더더욱 기본에 충실하길 바랐다. 류현진은 "안 보이는 실책 같은 것, 그런 것 하나가 어려워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 투수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볼넷 같은 것을 최대한 억제해야 조금 편안하게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투수는 볼넷, 야수는 안 보이는 실책을 줄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가 현재 홈구장으로 쓰는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올 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한화는 다음 시즌부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바로 옆에 짓고 있는 신구장으로 옮긴다. 한화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이글스파크와 작별하는 시즌인 만큼 그곳에서 가을야구를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당연히 간절하다.

류현진은 "당연히 이글스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하고 싶다. 지금 모든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 가고 싶어 한다. 경기장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늦게 합류하긴 했지만 올 시즌 처음 우리 목표는 포스트시즌이었다. 지금 몇 경기 안 남았으니 다 같이 힘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가운데)과 류현진(오른쪽)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류현진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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