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비웃는 '시세조종'…제2의 어베일 사태 막으려면[코인판 미꾸라지]②

김지현 기자 2024. 8. 2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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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이상 거래 모니터링 감독 기준, 한층 더높여야"
"법인 투자 허용해 유동성 높여야, 제3의 감독기구의 필요성도 제시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가상자산법 시행 대비 기관간 공조 강화를 위한 서울남부지검-금융감독원 합동 워크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7.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지난달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소들의 이상 거래 모니터링이 의무화되고 마켓메이킹(MM)의 시세 조종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이로 인해 투자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법 시행 나흘만에 개인 투자자가 외국 투자자와 결탁해 시세 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베일' 사태가 불거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어베일 사태, 현 거래소 환경이라면 재발 가능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본인확인인증(KYC)을 거친 국내 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하다. 자금 세탁을 사전에 방지하고 신원이 불분명한 국내 투자자의 거래도 막아서 최대한 국내 거래소 환경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이용자 보호법을 통해 시세조종 혐의가 적용될 경우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배에서 5배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법적 처벌 기준까지 마련했다.

그럼에도 업계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국내 투자자 A씨는 버젓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시세 조종에 활용될 물량을 제공할 외국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번 어베일 사태처럼 국내에서 본인인증을 한 국내 투자자가 자신의 개인 지갑 주소를 공개한 뒤, 외국인들에게 받은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 가져다가 팔고 차익을 챙기는 행위는 반복될 수가 있다. 현 거래소 환경상 국내 투자자가 자신의 가상자산으로 외국 자본의 유입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거래소의 이상 거래 모니터링 감독 기준, 한층 더높여야"

제2의 어베일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거래소 환경을 개선할 방책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당국이 거래소에 요구하는 이상 거래 판단 기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업계의 에 이상거래 모니터링 기준을 제시했지만, 해당 기준은 자율 규제안이다. 우선적으로 이상 거래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을 거래소에 맡긴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기업을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전통 금융권에서도 한 계좌에 수십억 상당의 자금이 들어온 뒤 이 계좌에서 상당량의 거래가 발생한다면 기준안에서 이상 거래인지를 충분히 판단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거래소에서) 정상 거래로 인지했다는 것은 당국과 업계가 생각하는 이상 거래의 기준과 거래소가 해석하는 기준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계 관계자는 "시세 조종이 가능할 만큼 상당량의 가상자산에 대한 입금 요청이 들어왔을 때 거래소는 이상 거래 모니터링 기준으로 입금 신청 건에 대한 소명을 받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이상 거래에 대한 분류 기준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 당국의 지도 아래 분류 기준을 한층 높인다면 어베일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투자자가 이번 어베일 사태와 같이 상당량의 가상자산을 받았더라도 이를 정상 입금으로 판단할 경우, 또 다른 시세 조종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조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상 거래 판단에 대한 기준을 한층 높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도 관계자는 "우선 거래소 현장 점검을 통해 거래소가 구축한 이상 거래 상시 감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6.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법인 투자 허용 통해 거래소 유동성 높여야, 제3의 감독기구의 필요성도 제시돼

거래 시장의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적어도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될 경우, 거래소에 상당량의 자산을 투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 안에 유동성이 풍부한 거래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유동성이 풍부할 경우 시세 조작을 위해 필요한 자산의 규모도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세 조종이 더 어려워져 거래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법인 투자 허용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 거래소 거래가 대비 높은 일명 '김치 프리미엄'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히곤 한다.

사실상 외국 자본이 들어오려는 이유도 '김치 프리미엄'으로부터 차익을 거두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법인 투자 허용으로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한다면 거래소 환경을 한층 더 개선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거래소와 당국 외 거래소로 이동되는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이상 거래 여부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3의 독립 기관이나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상자산 기업 대표는 "당국의 인원과 거래소의 거래 건을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당국이 일일이 모든 것을 모니터링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래소에만 모니터링을 전담시키지 말고 제3의 감독 주체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로 알려진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도 "거래 기록에 대한 모니터링은 거래소 외 다른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며 "온체인 데이터상에 기록된 거래 기록 중 이상 거래 감시에 대한 주체가 거래소로만 이뤄져서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미 많은 개인들이 이상 거래 기록을 포착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거나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거래 모니터링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국 관계자는 이같이 제3의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1단계 부대 의견 중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2단계에 반영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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