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실패하는 5가지 부류의 사람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너만 알고 있어. 그 주식 좋대.”
참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물론 진실은 다릅니다. 여의도에서 ‘너만 알고 있어’란 말이 나오면 최소한 1000명은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말만 들으면서 홀라당 주식을 사버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몇 년 전 후배들이 이들을 ‘경이로운 소문형’이라고 분류했습니다. 이렇게 투자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음은 카지노형. 연 10% 수익률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이들입니다. 하루 10%면 모를까. 한 방에 팔자 고칠 주식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손절에 손절을 거듭하다 팔자를 고치는 게 아니라 투자금의 앞자리가 계속 바뀌곤 합니다. 팔고 나면 오르는 호구형도 있습니다. 주식을 사고 일주일, 길면 한 달 기다려보다 떨어지면 냅다 던져버리지요.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 팔 때 얘기해 줘.” 이 밖에 나름 공부도 하고 대화할 때 아는 체는 하지만 실제 수익은 거의 내지 못하는 방구석 매니저형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주식으로 큰돈 번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벌기는커녕 퇴직금 중간정산한 돈까지 작전주에 들어가서 14일 하한가를 맞고 손 끊은 친구, 빚내서 투자했지만 물려 팔지도 못하는 타의에 의한 ‘존버’를 하는 친구도 봤습니다.
이들과 비교하는 게 이상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모니시 파브라이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뭐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1990년대 초 그는 IT 컨설팅 업체를 차려 100만 달러 정도를 벌었습니다. 어느 날 공항에 앉아 워런 버핏의 책을 읽었습니다. 수십 년간 연평균 30%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는 버핏의 투자를 그대로 따라 하는 ‘복제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버핏이 말한 4가지 조건에 맞는 회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코카콜라처럼 잘 이해할 수 있고, 남다른 경쟁력을 갖고 있고, 경영진이 믿을 만하고, 가격은 싼 회사를 말이죠. 미국에서는 못 찾고 인도의 작은 컴퓨터 서비스 회사를 찾아 투자했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5년 동안 140배가 올랐습니다. 주식을 팔아 큰돈을 챙긴 후 그는 투자자로 변신했습니다. 지금은 수천억 자산가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펀드를 운영하며, 버핏의 제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금리를 올리며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한마디 잘못하는 바람에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언론들이 미국발 ‘R의 공포’ 어쩌고 떠든지 일주일도 안 돼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급반등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이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모니시 파브라이처럼 버핏을 복제할 수는 없지만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워런 버핏, 드러켄밀러, 조지 소로스 등 대가들의 2분기 투자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투자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가들로부터 배우는 것이겠지요.
흔히 투자 전략이란 말을 씁니다. 전략이란 단어는 나폴레옹 전쟁때 생겨났습니다. 원래 전쟁 용어였다는 말이지요. 투자도 전쟁이라면 전쟁의 신으로 불렸던 나폴레옹이 한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한번도 내 자신이 주인인 적이 없었고 늘 환경의 지배를 받았다. 내 생각에 맞춰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만큼 나는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형세에 따라 정책을 변경했다.”
이길 수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서만 전투를 했습니다. 이를 투자에 대입하면 카지노형, 경이로운 소문형, 존버형 등은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나폴레옹이 준 힌트가 있습니다. 그는 전쟁터에 항상 전쟁사 책을 끼고 다녔습니다. 역사에서 배웠습니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하지 않는 이론은 실용적으로 남겨지지 않는다. 난해한 논설이나 키메라가 되어 그 자신을 잃게 만들 것이다.”
역사적 사례에 대한 학습과 미리 속단하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한경비즈니스가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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