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ERA 0.98' 코리안 몬스터의 되찾은 위엄…"몇 경기 안 남아" 5위와 1G차, 한화의 가을이 보인다 [MD 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몇 경기 안 남았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5구, 5피안타(1피홈런) 1사구 4탈사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지난 주말 SSG 랜더스와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둔 후 25일 경기 전까지 6승 1패로 리그 1위 승률을 기록 중이던 한화. 가장 치열한 순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가을야구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중책을 맡고 마운드에 올랐다. 유일한 '옥에 티' 홈런이 있었지만, 류현진의 투구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류현진은 1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으며 이닝을 출발했다. 이후 김재호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하면서 1사 2루의 실점 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흔들림은 없었다. 류현진은 제러드 영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양석환을 3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무실점을 기록, 2회에는 김재환과 강승호를 모두 뜬공으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이후 허경민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았지만, 이번에도 후속타자를 완벽하게 돌려세우며 순항을 펼쳤다.
두 번의 실점 위기를 넘긴 류현진은 3회 조수행과 정수빈을 각각 유격수 땅볼, 김재호를 유격수 직선타로 요리하며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4회에도 제러드와 양석환을 유격수 땅볼로 묶어내며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이때 '옥에 티'가 생겼다. 김재환을 상대로 던진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형성되는 실투가 되면서 중월 솔로홈런을 맞은 것. 하지만 이 실점이 마지막이었다. 후속타자 강승호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류현진의 투구는 완벽했다.
5회 허경민-김기연-조수행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하위 타선을 상대로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고, 류현진은 6회초 타선의 도움을 받으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리고 6회말 정수빈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제러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만들어진 1, 2루에서 양석환을 병살타로 잡아낸 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다시 한번 찾아온 2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 대타 양의지와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38km 커터를 위닝샷으로 던져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 투구를 펼치며 '에이스'로서의 몫을 다했고, 한화는 9회초 공격에서 한 점을 더 뽑아내면서 3-1로 승리하며 지난 2005년 4월 4~6일 청주 맞대결 이후 무려 19년, 정확히 7020일 만에 두산을 상대로 3연전을 모두 쓸어담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류현진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시즌 8승째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19년 만의 두산전 스윕 류현진도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던 눈치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류현진은 두산전 스윕에 대한 물음에 "기사를 통해 봤다. 내가 입단하기 전이었다. (채)은성이랑 (안)치홍이가 없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힘을 합쳐서 계속해서 연승을 달리고 있는 것이 너무 좋다"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동안 못 했던 것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린 선수들부터 베테랑 모두가 매 경기, 한 이닝 순간마다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주말 SSG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팀 분위기는 현재 절정에 달해 있다. 류현진은 "요즘 더그아웃 분위기만 봐도 선수들이 한 구 한 구에 집중하고 있고, 그만큼 파이팅도 많이 내준다. 선수들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고,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주는 이야기도 없다. 그만큼 너무 알아서 잘해주고 있다. 다만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자는 이야기는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재환을 상대로 최고 148km의 볼을 뿌리고, 양의지와 승부에서는 직구-커터만 던져 삼진을 솎아냈던 7회 투구는 압권이었다. 류현진은 "(양의지를 상대로는) 포수의 사인대로 던졌다. 그때는 (이)재원이 사인 대로 던졌다. 그리고 가장 좋은 공들이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김재환과 승부 장면에 대한 물음에는 "아무래도 선두타자였고, 우리가 역전을 한 상황이었다. 또 홈런을 맞았기 때문에 꼭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시즌이 후반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공을 뿌리고 있는 류현진, 그만큼 팔꿈치 재활이 잘 됐고, 최고의 몸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한화가 최근 상승세를 타게 된 원동력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최근 3경기에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0.98에 불과할 정도로 좋다. 그는 "몸에 불편한게 없다 보니 구속이 잘 나온다. 그리고 우천 취소가 되면서 하루 정도 쉬는 날이 늘어나면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다만 날씨는 예전보다 심하다. 그 부분을 빼곤 적응이 다 됐다"고 웃었다.
LA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에도 순위권 다툼을 많이 해왔던 류현진. 한화에서라고 특별한 마음가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을야구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류현진은 "한 경기가 소중하다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선발로 역할만 하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며 "내가 스프링캠프에 늦게 합류했지만, 처음부터 목표는 포스트시즌이었기 때문에 몇 경기 남지 않은 만큼 다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류현진은 "팀이 많은 점수를 내줄 때는 내가 대량실점을 하고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서 반성하고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 하나가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수들의 경우 볼넷을 최대한 억제해야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 투수들은 볼넷, 야수들은 보이지 않는 실책을 줄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년 만에 두산전을 쓸어 담은 한화는 이제 5위 KT 위즈와 간격을 1경기로 좁혔다. 올해 한화의 첫 번째 목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