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법안 18건 우수수…소방시설 의무부터 지상 주차창까지
차량 87대의 전소와 793대의 그을음 피해를 낸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국회가 전기차의 화재 예방을 위한 법안을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한 개꼴로 찍어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된 만큼 이번에도 형식적인 조치에 그칠 우려가 크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현실적인 정책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거 없이 전기차·배터리 포비아만 확대하는 규제는 세계 선도국 위상에 흠집을 내는 자해행위라는 우려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부터 이날까지 국회에 발의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18건이다. 이 중 9건이 주차장법,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전기안전관리법,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건축법 등 일부 개정안에서 전기자동차의 충전시설에 소방시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발의됐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에는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의 옥내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방화셔터, 소화수조 등 소방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이를 위반하는 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해 옥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예방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목적을 담았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시설의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 때도 재차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오섭 전 민주당 의원과 박범계 민주당 의원,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주차장법 개정안과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에도 소방용수 시설이나 소화수조 등의 의무화 내용이 담겼지만 결국 폐기됐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법안 발의를 해야지 시류를 타서 인기영합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폐기된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국가전략산업으로 배터리를 지정해놓은 상황인데 입법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 가능한 법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친환경차의 충전시설과 전용주차구역을 지상에 우선 설치될 수 있도록 해 화재 발생시 진압을 신속히 하고 대형 참사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국내 공동주택 현실 등을 감안했을 때 실외 공간에 우선적으로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마땅한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전기선을 인입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어렵다. 최근에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 역시 이런 이유로 지상에는 어린이 놀이터, 공원 등을 조성해 보행자 안전과 미관상 차량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날 당정이 '신축건물 지하주차장에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현실적으로 겨울철 유지관리가 어려운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영하의 날씨에 습식 스프링클러는 동파 방지 기술의 유지관리 방법의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진주 전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습식 스프링클러는 겨울철 물이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기료, 부동액 등 많은 경비가 들어가고 유지관리가 어렵다"며 "동파 방지 기술이 필요해 현행과 같이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많이 설치해온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당정이 협의하고 국회에서 법으로 의결한다고 해도 이게 사실상 비용 등 때문에 현실적으로 습식을 설치하기는 무리"라고 덧붙였다.
다만 22대 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 토론회 등을 열며 입법 추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지 주목된다. 정부 역시 다음 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이 논의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에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이 법안을 통해서 어떤 룰을 정해야 한다"며 "건설적 논의를 통해서 전기차의 화재 공포를 덜어드릴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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