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쏘아올린 공, 체육단체 논란으로 튀다

차형석 기자 2024. 8. 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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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이 끝났지만 체육계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전부터 있었던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7월9일, 파리 올림픽 결단식에서 만난 유인촌 장관(왼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오른쪽).ⓒ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이 끝났지만, 체육계에는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이 된 건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작심 비판’이었다. 안 선수는 메달 수상 직후 협회의 부상 관리 등을 비판했다. 신명주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올림픽 기간 중에 사임하는 일도 있었다. 신 회장은 경기도 용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데, 최근 그 병원에 대한 임금 체불 관련 신고가 대거 들어온 사실이 알려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올림픽 전에 A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비난이 많았던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겹치자, 체육단체 전반에 대한 비판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세 가지 포인트로 체육 관련 이슈를 정리했다.

■ 체육단체들이 뭐기에?

체육단체는 국민체육진흥법의 정의에 따라 체육에 관한 활동이나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를 말한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지방체육회, 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에 가맹된 경기단체 등이 포함된다.

문체부가 발표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22 체육백서’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의 한 해 예산은 4630억원이다(2022년 기준). 94.4%가 국민체육진흥기금이고, 자체 수입이 5.2%선이다. 2009년에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대한체육회에 통합되면서,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사업과 관련해 IOC와 대외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가 되었다. 과거에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민생활체육회로 이원화되었는데,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간 연계 등을 이유로 2016년 대한체육회로 통합되었다. 이로써 체육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되었다.

2022년 기준 대한체육회 정회원 종목 단체는 62개, 준회원 종목 단체는 9개, 인정 단체는 11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종목 단체들은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대한가라테연맹이나 대한무에타이협회 같은 단체가 준회원이나 인정 단체다.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라도 각 종목 단체의 예산과 재정자립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가장 예산이 많은 단체는 대한축구협회다. 1255억원(재정자립도 74.26%)으로 다른 체육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다음이 대한배드민턴협회로 151억여 원 수준이다(재정자립도 45%).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11개 종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예산은 26억원(대한역도연맹)에서부터 151억원(대한배드민턴협회)까지다. 재정자립도는 21.65%(대한복싱협회)에서 68.28%(대한양궁협회) 수준에 걸쳐 있다. 협회 임원은 대개 무보수·명예직이다.

사실 ‘회장사(社)’라는 단어는 옛말이 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재벌·대기업에 협회를 맡게 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이 기부금을 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1세대 총수들이 물러나면서 체육단체장을 맡은 기업은 많지 않다. 양궁(현대자동차), 펜싱(SK) 정도가 눈에 띈다. 체육단체 회장사를 맡은 바 있는 한 대기업의 임원은 “4년에 한 번 홍보에 도움이 되는 수준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별 메리트가 없다. 또 체육단체 내 분쟁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런 갈등을 보면 ‘굳이 회장사를 왜 맡나’ 싶어진다. 더 이상 회장사를 맡을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저변이 얇아 스포츠 생태계가 취약한 상태에서 대기업의 지원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모델이 과연 ‘모범’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 개인 스폰서는 어디까지?

올림픽 이후 안세영 선수는 ‘개인 스폰서 계약을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배드민턴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개인 후원 계약은 한 개로 제한된다. 안세영 선수는 신발의 불편함을 들어 다른 브랜드 신발을 신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전용배 교수(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는 ‘배드민턴이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끼어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에서는 개인 스폰서 계약이 쉽지 않아 이번 논란이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 거다. 배드민턴은 아마추어 종목이면서도 동호인이 많아 개인 스폰서 계약 가능성이 높다. 안세영 선수의 개인 스폰서 계약 확대 주장에 반대하지는 않는데, 협회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개인 후원 제약을 없애면 특정 선수에게 후원이 쏠릴 것이고, 대표팀 스폰서 후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협회 재정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돈으로 다른 대표팀 선수와 주니어 선수를 지원해온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선수와 협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 ‘유인촌 vs 이기흥’ 갈등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 전부터 갈등해왔다. 예컨대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수 400여 명을 해병대에 입소시키는 ‘원팀 코리아’ 캠프를 강행했다.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자 “해병대 훈련 등을 통해 ‘원팀 코리아’ 문화가 생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유인촌 장관은 ‘해병대 입소 훈련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2023년 12월19일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해맞이광장에서 대한체육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오륜기 형태를 만들며 2024년 파리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에 대한체육회는 체육단체장 연임을 제한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는데, 유인촌 장관은 이에 대해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라고 반대했다(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산하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3선에 도전할 수 있다). 8월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묘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날 이기흥 회장을 비롯해 7개 종목 선수단 50여 명이 귀국했다. 유인촌 장관 등이 참석하는 해단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귀국 직후 대한체육회는 선수단의 피로를 이유로 들어 공항 안의 한 홀에서 예정되었던 해단식을 취소하고 입국장 앞에서 해산했다.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사람의 갈등은 다른 부처의 장관과 산하기관장 사이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기흥 회장은 대전의 사업가 출신으로 자산이 많다. 신도회장을 맡는 등 불교계 인맥도 두텁다. 2016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데,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정권이 미는 후보와 겨뤄 재선했을 정도로 체육계 장악력이 크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인단은 추첨식으로 구성되는데, 내년 1월에 이 회장이 3선에 도전하게 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

유인촌 장관은 8월12일 “(올림픽이 끝난) 지금이 체육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개혁할 적기”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그동안 대한체육회를 통해 산하 기구 및 종목 단체에 예산을 교부해왔는데, 직접 교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한체육회 측은 ‘체육회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 ‘구시대적 행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반발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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