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측 변호사 “친밀한 관계 악용해 상대방 ‘착취’, 피해 눈덩이처럼 커진다”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김정화 기자 2024. 8. 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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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번만 참자’ 했는데, 목숨을 잃었다
1000만 유튜버 ‘쯔양’ 대리 김태연 변호사
“친밀한 관계에선 폭행, 강간, 갈취 등 피해 중첩”
“유명인인데도 사건 언급 못할 정도로 고립”
유튜버 ‘쯔양’ 법률대리인 김태연 변호사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교제 폭력은 단순한 폭행이 아니에요. 연인 사이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악용해 상대방을 착취한 겁니다. 피해자는 ‘내가 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의 피해를 방치하면 눈덩이처럼 커져요.”

‘1000만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대리하는 태연 법률사무소 김태연 변호사는 25일 이렇게 말했다. 쯔양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전 남자친구이자 전 소속사 대표인 A씨로부터 과거 수년간 폭력, 성폭행, 협박, 강요, 공갈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공개해 큰 파장이 일었다. 그는 A씨 강요로 유흥업소에서 일해야 했으며, 성관계 강요로 임신했다가 임신중지 수술을 했다고도 말했다. 이 모든 것이 협박의 빌미가 되어 불공정 계약에 묶이게 됐고, 유튜브 방송으로 벌어들인 수익도 거의 정산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플랫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아카이브 페이지

https://x.com/flat_niunamenos

쯔양의 고백은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교제 폭력의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폭행이라는 하나의 범죄가 아니라 상해, 갈취, 강간, 불법촬영 등 수많은 혐의가 중첩되고, 피해자는 협박이 두려워 그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 유명인인데도 오랫동안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고립됐다는 점 등이다.

쯔양은 2022년 11월 상대방을 고소했지만, 지난해 4월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이 사실로 쯔양을 협박하고 수천만원을 뜯어낸 다른 유튜버들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튜버 ‘쯔양’이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자신이 당한 교제폭력 피해사실을 대화 내용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모습. 유튜브 캡쳐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지배당하면서 스스로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게 어려워진다. 김 변호사는 “어긋난 관계가 한번에 끊어지지 않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하지만, 또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기 때문이다.

쯔양이 A씨와 만날 때마다 녹음한 음성 파일 수천개에는 이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쯔양이 “헤어지자”고 해도 상대방은 이를 듣지 않고 “어차피 나 외에 아무도 없다. 너는 내 노예”라는 식으로 말하며 폭행했다. 쯔양은 개인 문제에 사업까지 얽히면서 빨리 관계를 정리할 수 없었다.

친밀한 관계는 가해자가 당사자는 물론 지인, 가족들 정보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 쉽게 신고하기 어렵다. 여기다 교제 폭력을 개인 간 문제로 여기는 사회의 인식,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편견도 강하다. 이는 피해자가 주위에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배경이 된다.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한 쯔양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

폭력 이후 참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 정도도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 점도 교제폭력의 특성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협박 구실이 늘어나고 피해자는 상대방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두 번 당하다 보면 피해자는 무기력을 학습해 헤어나오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알 것을 두려워하게 돼 신고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쯔양 외에 스포츠 트레이너 황철순으로부터 폭행당한 여자친구 등 잘 알려진 인물들을 수차례 변호했다. 그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고 수사기관의 문제의식도 개선됐지만 친밀한 관계의 범죄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은 행위의 반복성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폭행에는 적용할 수 없고 법에 따라 스마트워치를 지급해도 경찰에 본인이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을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단 한번의 폭행이라도 연인 관계에서 벌어진 것과 모르는 사람에게서 당한 것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며 “연인 관계의 경우 반복성이 없더라도 긴박한 상황이면 수사 기관이 처음부터 나서야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이아름 기자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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