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음주운전 방조죄…“동승자, 거의 처벌 안 받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유빈 2024. 8.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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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 차량에 타기만 해도 동승자를 함께 처벌할 경우 음주운전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타인 동승자가 있을 경우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만큼, 음주운전 사고 시 동승자도 처벌받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예인 등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내에서 동승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적었다. 
사진=뉴시스
보험연구원 전용식 선임연구원은 ‘동승자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타인 동승 사고비율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두 변수 간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한 대형손해보험회사 및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타인 동승 사고비율과 음주운전 사고 비율 간 상관계수는 0.870으로 나타났다고 전 선임연구원은 적었다. 타인이 같이 탄 경우 음주운전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도 증가했다는 뜻으로, 타인 동승 사고비율과 음주운전 사망 사고비율 상관계수는 0.938로 높아져 두 변수 사이의 선형관계가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음주운전 재범률 역시 타인 동승 여부가 유의미한 변수인 것으로 의심되는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되는 재범률이 타인 동승 사고 건수와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타인 동승 사고 건수가 2011년에서 2019년까지 늘어나다가 이후 차츰 감소했는데 음주운전 재범률 역시 2020년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했고 지난해 소폭 다시 늘었다.

전 선임연구원은 “타인 동승 사고 건수 추세와 재범률 사이에 정의 선형관계가 있어 타인 동승자가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동승자까지 처벌을 강화한 뒤 음주운전 사고가 감소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은 200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운전을 방조한 차량제공자, 동승자, 주류제공자 등까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엔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292명이었던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2022년 120명으로 감소했다.
법원 로고.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는 형법상 동승자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보편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이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 지난 20일에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기소된 동승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한상원 판사는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자 등에게 끌려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에게 “운전자의 음주운전 실행을 돕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방조 고의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와 비슷하게 2020년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당시에도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교사를 명확히 밝히지 못해 처벌하지 못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2020년 발생한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의 동승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2022년과 올해 연예인 음주운전 사고 모두 타인 동승자가 있었다”며 “타인 동승자와 운전자를 바꿔치는 방식으로 음주운전 적발을 피할 수 있고 자신이 운전했다고 주장한 동승자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단순히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은 경우에는 1년6개월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전 선임연구원은 “음주운전 관련 입법은 사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제기된 후 시간이 지나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음주운전 방조 개념을 명확히 하고 동승자 처벌도 운전자와 같은 수준으로 강화해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제고하고 사고 예방에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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