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에 회사채 쏟아진다… DCM 강화하는 증권업계
DCM 부문 강화하려 인력 영입·조직 개편
부동산 PF 비중 큰 중소형 증권사도 사업 다각화
이 기사는 2024년 8월 25일 10시 1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고 휴가철과 반기보고서 제출 기한이 끝나면서 기업 수십 곳이 회사채 발행을 재개하고 있다. 채권 발행시장의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은 물론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관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26~30일) 에쓰오일(AA), KB증권(AA+), HL홀딩스(A), 한솔테크닉스(BBB+), 동원산업(AA-), 종근당(AA-), 삼양패키징(A-) 등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은 3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9월에도 삼성물산(AA+), 포스코인터내셔널(AA-) 등이 수천억원대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8월 첫째주부터 셋째주까지는 발행이 거의 없었지만, 넷째주부터 추석 전까지 채권 발행이 몰려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오는 9~12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약 15조원으로, 이를 소폭 넘어서는 수준으로 회사채 발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약 11조원)보다 4조원(36%) 증가한 규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예년보다 크고,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있다 보니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증권사들의 주관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증권사들이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 기업금융(IB) 부문 강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신생 증권사답지 않게 전통 IB 영역에 진출한다고 공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출범 전부터 미래에셋증권에서 대기업 커버리지(영업)를 담당했던 박현주 전무를 캐피털마켓(CM) 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DCM 부문 강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IB그룹 내 IB전략본부를 신설했다. IB전략본부는 IB그룹 내 IB1~4본부 각자가 담당하는 커버리지인 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각 그룹사에 채권발행 등 재무 관련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주는 역할을 맡았다. IB 전체 커버리지를 통합 관리하는 별개의 본부를 만든 셈인데,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DCM 분야에서 KB증권과 1, 2위를 다투는 NH투자증권은 지난 4월 IB1사업부 대표에 커버리지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성 인더스트리1본부장(상무)을 선임했다. IB1사업부는 DCM, 주식발행시장(ECM) 등 전통 IB를 총괄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캡티브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간 공조를 강화하는 곳도 있다. 캡티브 영업이란 증권사들이 회사채 주관 딜(Deal·거래)을 따낼 때 보험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들의 참여를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증권사 간 경쟁이 심할수록 회사채 발행 금리가 떨어져 낮은 금리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 주관 수수료를 얻는다.
대형 증권사에 비해 부동산 PF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도 최근엔 전통 IB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LS증권은 지난달 기존 IB사업부 내에 있던 기업금융본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옮기고, 기업금융본부장의 대우를 전무급으로 격상했다. LS그룹에 편입되면서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CEO가 직접 역량을 관리하고 인재를 확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LS증권은 6월 하나증권 출신의 유병수 프로젝트금융실장을 신설된 종합금융본부장에 배치했고, 기업금융본부 내 2개 팀을 추가 신설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채권 발행시장의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가 낮아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어서다.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3.439%로 집계됐다. 연중 최고 수준이었던 4.141%보다 0.975%포인트 낮은 규모다. 1분기까지만 해도 4% 안팎으로 움직이던 이 금리는 지난달 25일 이후 줄곧 기준금리인 3.5%를 밑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으로 주가가 요동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8월 초부터 9월 중순 추석 전까지 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회사채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때 어느 증권사가 주관 성과를 올렸는지가 하반기 성적을 결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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