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프론티어] 레켐비·키썬라로 커진 치매 시장… 값싼 ‘국산 PET’가 잡는다

송복규 기자 2024. 8.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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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대표 인터뷰
훨씬 선명하지만 10분의 1 저렴한 국산 PET 장비
AI 분석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진출
이재성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 뒤쪽에 있는 장비는 자체 개발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 '파로스'다. 이 대표는 "치매 치료제 레켐비와 키썬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매 논란에 휩싸이며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초강대국의 대통령조차도 공식 석상에서 횡설수설하거나 인지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사람이라도 퇴행성 질환 앞에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충격을 줬다. 이렇듯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는 필수적으로 정복해야 할 질병이 됐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치매 정복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으로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가 지난달 2일 FDA 문턱을 넘었다. 레켐비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키썬라도 한국 출시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치매 중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이 병은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같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지면서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최근 개발된 치매 치료제는 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분해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원리다. 이러한 치매 치료제 개발로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분야가 있다. 바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술이다.

PE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주입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소멸 방사선을 감지하는 장비다. 주로 영상 해상도를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함께 사용한다. PET가 있으면 소멸 방사선의 분포를 영상으로 얻어 암과 뇌 질환, 신경계 질환, 심장 질환을 찾아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PET를 활용하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돼 알츠하이머병이 생긴 것인지, 치료제를 투여한 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인 이재성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를 만나 “레켐비와 키썬라 허가 이후 전 세계적으로 PET를 이용한 치매 검사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지원을 받아 2016년 창업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PET 장비와 PET 분석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전임상(소동물)용 PET 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업체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 파로스. 자세에 따라 의자와 검출기 위치를 바꿀 수 있다./브라이토닉스이미징

문제는 PET 장비의 가격이다. 소멸 방사선을 감지하는 센서로는 희토류인 루테튬이 사용된다. 루테튬은 매장량 자체가 적어 100g당 1만 달러(약 1300만원)에 거래되는 고가의 물질이다. 장비에 들어가는 원료가 비싸다보니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PET·CT 장비는 30억~40억원, PET/MRI 장비는 80억~100억원에 이른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PET 장비 ‘파로스(PHAROS)’는 방사선을 감지하는 부분의 부피를 줄여 가격을 낮췄다. 검출기 부분이 작아 기기 전체 크기도 줄었는데, 기존 PET 장비가 한 대 들어가는 공간에 파로스 여러 대를 놓을 수 있다. 검출기는 작아도 감마선 민감도가 높아 기존 제품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파로스의 가격은 기존 장비보다 최대 10분 1 저렴한 10억~15억원 정도다.

값싸고, 크기가 작은 PET 장비는 치매 검진과 임상을 하는 의료진에게 꼭 필요한 의료기기다. 특히 미국의 경우 공공의료보험기관(CMS)가 치매 관련 PET 검진에 대해 보장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PET 시장 규모를 2028년 35억 달러(약 4조70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2023년(25억 달러)보다 40% 늘어난 규모다.

이 대표는 “자체 개발한 파로스는 올해 초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미국은 내년 초, 유럽은 내년 하반기 허가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치매 치료제 개발로 PET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레켐비를 개발한 에자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치매 진단·치료 연구를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비 '파로스'와 독일 지멘스사의 PET 장비의 뇌 스캔을 비교한 모습. 가운데가 파로스, 왼쪽이 지멘스 장비의 뇌 스캔 결과다./브라이토닉스이미징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BTX브레인’도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AI는 PET 영상을 정량화 분석해 뇌 부위별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수치로 나타낸다. 이미 국내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 30곳에서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의료기기 기업인 유나이티드이미징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기로 했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은 중국 외에도 미국과 유럽에 영상진단기기를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대표는 “AI 분석 소프트웨어는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뒤 유나이티드이미징 의료기기에 탑재해 판매될 계획”이라며 “(브라이토닉스이미징 제품이) 경쟁사와 비교해 PET 검출과 분석에서 성능이 높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켐비와 키썬라로 치매 관련 업계에 활력이 생긴 만큼,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The Journal of Nuclear Medicine(2023), DOI: https://doi.org/10.2967/jnumed.122.26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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