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혐오가 종교의 자유인가

2024. 8.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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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곳, ‘축복 목사’에 엇갈린 판결…감리교단은 목사들 줄줄이 고발
지난 8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동환 목사가 정직 2년 징계의 무효를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이 각하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 목사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에 이어 출교 처분을 했다. 정지윤 선임기자


목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며 기도를 한 것이 과연 중범죄인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징계를 당하고 출교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43)와 관련해 지난달과 이달 연달아 2건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가 축복식을 집례한 지 5년 만이다.

이 목사 측은 헌법이 ‘평등권’을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는데 교회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범죄로 처벌한다’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이 목사를 징계한 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지난 7월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언급하며 징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지난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종교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며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를 지지해온 이들은 한 달새 나온 엇갈린 법원 판단에 희망과 분노를 교차해 표출하고 있다.

문제는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한 교회의 징계가 이 목사 1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측은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목사 6명에 대한 추가 고발을 접수하고 조사와 재판 절차에 돌입했다. 이 목사 지지 성명에 서명한 목회자 137명도 조사에 나섰다. 고발 대상이 된 한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간은 모두 죄인이고, 그 죄인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 목사”라며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해서 기도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성소수자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회서 퇴출


이 목사는 2019년 8월 3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그대와 나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하며, 나와 그대는 서로의 독특함을 존중해야 합니다.” 당시 축복식에서 종교인들이 읽은 내용이다. 그런데 감리교는 이 목사가 ‘교리와 장정(교회법)’을 어겼다며 재판에 회부했다.

감리교 교리와 장정 제3조 제8항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를 범죄(범과)로 규정한다. 감리교는 2022년 10월 이 목사에게 정직 2년 징계를 확정했다. 지난 3월엔 이 목사가 반성 없이 동성애 지지 활동을 계속했다는 이유로 출교를 확정했다. 출교는 목사뿐 아니라 교인의 지위까지 박탈해 교회에서 내쫓는 최고 수위의 형벌이다. 이 목사는 징계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제25회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참여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재판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①법원이 종교단체 내부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지 ②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이유로 정직 2년과 출교 징계를 한 게 정당한지다.

출교 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는 두 쟁점에서 모두 이 목사 측 주장을 수용해 출교의 효력을 정지했다. 대법원은 종교단체 내부 징계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영역이므로 원칙적으로는 그 당부(옳고 그름)를 법원이 판단할 수 없지만, 구체적 분쟁이 존재하고 종교 교리 해석이 아니라면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안양지원 재판부는 이 목사 건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교리와 일부 관련 있기는 하지만 이 목사의 재판청구권도 보장해야 하고, 정의 관념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까지 종교단체 내부 징계라는 이유로 법원이 판단을 안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안양지원 재판부는 출교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지를 본안소송에서 다툴 만하고, 징계 재량권이 일탈·남용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제11조 제1항을 거론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도 짚었다.

특히 안양지원 재판부는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고 했다. 대법원도 2022년 동성 간 성행위를 무조건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해선 안 된다고 판결하면서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직 2년 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정직 기간이 지나 이 목사의 권리가 제한되고 있지 않다는 등의 형식적인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다. 그러면서 징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도 없다고 했다.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이 목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종교의 자유로 보장돼야 하는지는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기존 전통적인 개신교 사회에서는 창세기, 레위기 등 성경의 특정 구절을 동성애를 금하는 의미로 해석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피고(감리교) 내부의 민주적 합의를 거쳐 제정된 처벌 규정이 유독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배제를 재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법원이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되레 교단의 고유한 특성을 도외시하고 교인들이 신봉하는 종교적 믿음에 개입해 교단의 존립 목적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제20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리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25회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한 참여자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성소수자도 인간, 목사의 축복은 당연하다”


이 목사는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항소해 2심에서 계속 다툴 예정이다. 징계 관련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이다. 감리교 측은 다른 목회자들도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축복식에 참여해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목사 6명이 고발을 당했다.

6명 중 일부는 각 연회의 재판 절차에 들어갔고, 일부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뉘우치고 회개하라’는 취지의 권면서를 받았다. 이들은 30년 이상 목사직을 수행하면서 차별 금지, 노동, 교육, 인권, 교회 개혁 등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끌려가게 됐다. 동성애대책위원회는 이 목사 지지 성명에 서명한 137명도 조사를 요구했다. 여러 목회자는 이런 교회 태도에 “매카시즘 광풍(1950년대 미국의 공산주의자 척결)이나 다름없다”고 반응했다.

권면서를 받은 박경양 목사(서울 평화의교회)는 지난 8월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목사가 출교당하는 것을 보면서 ‘중세기 마녀재판과 무엇이 다르냐, 목사들이 침묵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퀴어문화축제 참여를) 제안한 것”이라며 “예복을 입고 축복문을 낭독한 뒤 꽃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했을 뿐인데 고발을 당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미국 감리교에서 성소수자 문제로 교단이 갈라지기도 하지만 한국 교회처럼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하는 교단은 전 세계에 없다”며 “세계의 복음주의자들이 모인 2010년 로잔대회에서도 동성애의 원인이 뭔지 토론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에 더불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문서를 채택했다”고 했다. 그는 “차별과 혐오는 성소수자의 인권 침해임은 물론 한국 교회의 선교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교단이) 성소수자를 죄인 취급하는 상황에서 교회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감리교 신자는 한때 150만명을 넘었다가 최근 110만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환 목사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출교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책위 제공


고발당해 지난 8월 19일 심사위원회에 출석한 윤여군 목사(인천 강화 남산교회)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성소수자들 역시 내가 믿는 하나님의 은총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 사람들을 축복하는 것은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윤 목사가 말했다. “과거 ‘흑인에게도 영혼이 있는가’라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죠.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습니다. 여성이 지도하거나 어떤 모임을 대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전근대적인 집단들도 있어요. (징계 논란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어려운 문제를 (출교 같은) 폭력적 방식이 아니라 내부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보다 앞서 겪은 사회의 경험을 참조하면서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재영 목사(대전 빈들공동체교회)는 지난 7월 대전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면서 전도지를 나눠주고 축복식을 진행했다가 고발당했다. 지난 8월 13일 화해조정위원회가 열렸다. 남 목사가 이달 말까지 ‘동성애를 찬성·동조한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교회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남 목사는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인데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나 성착취 등 교회가 목소리를 높일 만한 일이 너무 많은데 동성애 문제를 갖고 한국 교회가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을 죽이는 행위”라고 했다.

남 목사는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교회를 애써 찾아다녀야 하는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다. “먼 지역에서 우리 교회로 오는 성소수자가 있어요. 왜 그렇게 멀리에서 오냐면 교회에 가야 하는데 공포감이 있는 거예요. 내가 이 교회 안에 들어갔을 때 교회가 나를 안전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지 모르잖아요. 다섯 번은 교회 앞까지 왔다가 갔다고 하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교회에 오는 거죠. 많은 성소수자가 교회에서 상처를 받아서 교회를 나가고,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데 교회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도 교회에서 동성애 문제로 하도 난리가 나니까 모난 돌이 정 맞을까 싶어 침묵하고 있죠.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동성애자도 가진 것이잖아요. ‘하나님 안에서 너희도 존엄한 존재다’라고 알려줘야죠. 그들도 영혼을 가진 사람인데 당연히 목사가 돌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교회가 계속 이렇게 가면 사회로부터 버림받을 것을 우리는 걱정합니다.”

지난 6월 1일 제25회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한 참여자가 ‘함께라니, 완전 럭키비키자낭’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조금씩 생기는 균열, 교회는 바뀔 수 있을까


한국 교회가 왜 동성애에 포비아(공포증)적으로 대응하는지는 여러 분석이 있다. 성경이 쓰인 역사적 맥락과 배경, 오늘날의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삭제한 채 성경의 문구에만 집착해 편향 해석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항문 성교 등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합쳐진다.

‘반동성애’가 교회 기득권층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독교 단체들은 2010년대 들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 목사 처벌 근거인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2015년으로 10년도 되지 않았다. 한 종교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교회 안에서 ‘내가 다음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성소수자 포비아가 작동한다는 사실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회가 전체주의화 돼가는 것”이라고 했다.

‘차별과 혐오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의 정경일 박사는 지난 8월 19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사랑은 계속 이긴다’ 토론회에서 “한국 기독교는 ‘반공’, ‘반동성애’, ‘반무슬림’을 내세우는데 계속 새로운 적을 찾고 공격하면서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동성애가 교회에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위기가 이미 있었고, 교회가 그 위기를 넘기 위해 반동성애 운동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박사는 징계 사태에 대해 “법과 신앙, 사회와 교회와의 관계에서 굉장히 징후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항상 법 너머를 상상했고 악법을 깨뜨리면서 싸워왔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교회 윤리가 법과 사회의 기준보다 아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법 감정, 사회적 상식의 변화에 대해서 교회가 신학적·신앙적 응답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참여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효진 기자


강고해 보이던 한국 교회의 ‘반동성애’ 분위기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 목사가 있고, 추가 고발된 6명의 목사가 있고, 이 목사를 지지한 137명의 목회자가 있다. 최근엔 교회 내의 성소수자 당사자, 여성 페미니스트에서 나아가 남성 페미니스트의 존재를 확인한 연구논문도 나왔다.

이민지 서강대 인권·성평등센터 연구원은 교회 내의 30대 남성 페미니스트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성소수자 혐오 정서가 강한 교회 내에서 성서 해석에 대한 열린 태도를 바탕으로 개신교인으로 해야 할 역할을 성찰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하는 청년 남성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안 남성 페미니스트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남성 중심적인 교회 집단 속에서 (젠더·성소수자 등 문제가) 여성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이 다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의제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교회 안에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다양한 남성이 있고, 지금의 청년그룹이 중장년이 돼 의사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교회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림 ‘모두의 결혼’ 대표는 토론회에서 “종교인들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는 편견, 동성애 법제화에 반대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는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이 사회 모든 시민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굉장히 큰 희망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감리교 본부와 동성애대책위원회 측은 이번 사안에 모두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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