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기 개인정보 완벽 파기 후 재활용… “자원낭비 제로” [연중기획-'K건설' 해외수주 1조弗 시대로]

이강진 2024. 8.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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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테스 재팬 ITAD공장 가보니
SK에코플랜트, ‘E-웨이스트’에 주목
2022년 ‘리사이클링’ 전문 테스 인수
보안·신뢰 구축… “고객 80% 해외기업”
고객사가 재사용 원치 않을 땐 분쇄
희소금속 등 추출 새 원자재로 활용
‘폐배터리’ 리사이클링도 투자 속도
“인도·베트남·아일랜드 진출도 추진”

“함부로 사진 찍으면 안 됩니다.”

전신 보안 검색 뒤 단단히 주의를 받은 채 들어선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 SK테스 재팬(Japan) 사업장에는 ‘재탄생’을 기다리는 PC 등 수백대의 각종 전자기기가 가지런히 도열돼 있었다. SK에코플랜트의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 SK테스에 글로벌 고객사들이 맡긴 제품들이다. 21일 현장에서 만난 오자와 구니히코 SK테스 재팬 법인장은 “약 300개의 (SK테스 재팬) 고객사 가운데 80%가 해외기업”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기 내 데이터를 완벽히 파기한 후 재사용·재활용까지 지원하는 ITAD(IT자산처분서비스) 작업이 이뤄지는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 SK테스 재팬 사업장 내부 모습. SK테스 제공
내부에 각종 데이터가 남아 있는 기기들은 SK테스 재팬의 주력 분야인 ITAD(정보기술자산처분서비스) 작업으로 넘겨졌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데이터 센터 장비의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에서 각종 정보를 완벽히 파기한 후 재사용·재활용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다.

통상 정보기술(IT) 기기의 경우 내부에 남아 있는 개인정보와 데이터 흔적들을 우려해 중고제품으로 되파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SK테스는 이러한 걱정 없이 기기들이 재사용·재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기기별 맞춤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데이터 삭제 과정을 거친 다음 자료들이 완벽히 삭제됐는지 확인한 뒤 이커머스 등을 통해 판매하는 식이다.

만약 내부 데이터 삭제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거나 고객사가 재사용을 원치 않을 경우 잘게 분쇄해 혹시 모를 정보 노출을 막는다. 플라스틱, 코발트,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희귀금속만 추출해 새로운 제품의 원자재로 다시 활용하기도 한다. 가미쿠라 신 SK테스 재팬 IT분야 운영관리자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재활용·재사용이나 분쇄 등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보안·신뢰로 글로벌 고객사 확보

SK에코플랜트가 SK테스를 자회사로 인수한 건 2022년이다. 건설업을 중점으로 다뤄온 SK에코플랜트가 최근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수를 결정했다.

오종훈 SK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SK에코플랜트는 ‘E-웨이스트’(전기·전자폐기물) 시장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며 “E-웨이스트 관리는 처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중금속 유출 및 플라스틱 발생 등 환경 문제 해결과 자원의 효율적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 보전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20년 약 500억달러 수준인 E-웨이스트 산업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달러 수준으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테스는 일본을 포함해 총 23개국에서 46개의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국가별로 적용되는 다양한 법규 및 규제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 다수 인허가를 확보하고, 철저한 정보보안 서비스로 고객사들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 놓은 것이 강점이다.
SK테스가 내부 출입 및 사진 촬영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도 개인정보 및 고객사 브랜드 보호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고객사의 기기가 SK테스에 반입되는 순간부터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작업 과정을 감시·녹화하는 것은 물론, 보다 꼼꼼한 보안을 요구하는 고객사를 위해선 따로 구역을 마련해 승인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고객사 정보 역시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기반 확장 위한 해외 투자 지속

SK테스는 ITAD뿐만 아니라 폐 IT기기를 통해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과 전기차 등의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회수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도 주요 사업 분야로 다루고 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은 폐배터리의 철, 알루미늄 등 외장 소재를 1차 회수한 뒤 2차로 파쇄·분쇄와 습식 공정을 통해 리튬 등 내장 희금속까지 회수하는 사업이다. 각국에 전기차가 본격 도입되면서 조만간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가 양산되는 시기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테스는 E-웨이스트 사업에서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SK테스 인수 뒤 사업 기반을 넓히기 위해 해외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에선 지난해 2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ITAD 공장 운영을 개시했고, 올해 3월에는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 ‘초대형(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에 대응한 ITAD 전용 대형 시설을 신설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새로 진출해 지난해 말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전용 공장을 준공했으며, 최근 헝가리에도 신규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유럽 내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를 대상으로 ITAD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독일의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 CSO는 “새로운 IT 제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및 베트남과 대형 IT 데이터 센터가 다수 위치한 유럽의 아일랜드 등 지역으로의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가미하라=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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