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G 맏사위 국적 위조..."병역회피 정황, 美시민권 취소 가능성"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심재현 기자 2024. 8. 2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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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미 영주권 취득시 허위서류 냈다면 국적 박탈, 추방될 수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사진제공=블루런벤처스 홈페이지

고 구본무 LG선대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과테말라 여권 등 서류를 위조해 허위국적을 취득한 후 병역의무 등을 피한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처벌이 가능한지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입수한 외교부 문서에 따르면 2020년 4월 주과테말라대한민국대사관이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 과테말라 이민청에 문의한 결과 '윤관 대표의 과테말라 거주신분증(Cedula de Vecindad), 출생증명서(Certificado de Nacimiento), 여권(Guatemala Passport)이 모두 위조된 서류'로 확인됐다.

앞서 윤 대표는 1991년 미국으로 유학해 플로리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3년 12월 3일(당시 나이 18세) 과테말라 영주권을, 2000년 12월 18일(25세) 과테말라 시민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적법 15조에 따르면 국민이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그 즉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돼 있다. 또 제16조(국적상실자의 처리) 1항엔 국적을 상실하면 이를 법무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해놨다. 이에 따라 윤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과테말라 시민권 취득 당시인 2000년에 그는 법무부장관에게 국적상실신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고 2004년(29세)에야 신고했다. 병역 미필자의 해외여행허가 연장의 마지노선이 이 시기다.

하지만 현재 국적상실신고를 제 때 하지 않더라도 처벌 규정은 없다. 대신 외국 국적 취득 즉시 한국 여권을 사용할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사라짐과 동시에 '병역의 의무'도 사라진다. 이 병역 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여권과 과테말라 거주신분증을 위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과정에서 형법 제 231조(사문서등의 위조 변조)를 어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여권과 신분증을 위조해 허위로 국적상실신고서를 제출했다면 이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문서를 위조한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여서 이 또한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표/김다나 그래픽 기자

여기에 더해 병역법 제86조(도망 신체손상 등)의 위반 가능성이다. 이 조항에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경우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우탁균 병무청 부대변인은 "병역법 위반에 따른 공소시효는 신체손상, 입영기피 등 위반내용에 따라 발생시점으로부터 5~10년이다"라고 말해 이 또한 공소시효가 완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 2022년 대법원 판례로 볼 때 다툼의 여지는 있다.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해외 불법체류를 했다면 해당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돼 면제 나이(38세)를 넘어서도 병역법 위반죄의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례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 결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 이 판결은 병역법 위반죄의 공소시효 기산점과 정지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명확히 한 것이다.

병역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통상의 공소시효는 범죄가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지만, 해당판례처럼 기소를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었을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거나 범죄를 안 날로부터 할 수도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이민법의 위반여부다. 윤 대표가 우리 정부에 신고한 내용은 2000년에 과테말라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는 2000년부터 과테말라 국민이었고 그 자격으로 2005년 미국 영주권을 획득한 것이 된다. 그 과테말라 국적이 이번에 허위로 밝혀짐에 따라 그의 영주권 취득 과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이민 및 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INA)에 따르면 허위 서류를 제출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소는 물론 미국에서 추방되고 재입국이 금지될 수도 있다. 또한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같은 의혹의 사실여부를 묻기 위해 윤 대표의 국내외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고, 회사 공식 계정 이메일에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또 윤 대표의 국내법인인 BRV코리아어드바이저(BRV의 한국사무소) 사무실에 여러차례 전화하고, 질의서를 팩스로 보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이 없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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