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에서 종가 김치"…관행 깨는 유통업계 치열한 '쩐의 전쟁'
업계에서 '내 편'과 '네 편'의 경계 흐려지는 상황
"하나만 걸려라"…'불닭' 신화 전까진 무한경쟁뿐
경쟁업체 상품을 광고하고, 경쟁업체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등 오로지 수익에 따라 움직이는 '쩐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내수에 민감한 유통·식품업계는 물론 화장품업계까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자 업계에서 '내 편'과 '네 편'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다.
tvN에 '청정원 고추장'까지 등장…"현실적인 부분 고려"
26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CJ ENM계열 방송사 tvN에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2'에서 대상㈜의 종가 김치가 등장했다. 정식 PPL(Product Placement) 계약에 따른 협찬 광고였지만 경쟁사 제품을 제작 지원 협찬 명단에 포함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CJ제일제당에서도 '비비고 김치'라는 주력 제품이 있는데 굳이 경쟁사의 김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치업계 1등은 대상㈜이다. 우리나라 전체 김치 수출액의 53%(202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 종가 김치는 일본을 넘어 북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종가 김치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에서 2023년 8300만 달러로 2.8배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 뒤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가 추격하고 있다. 김치업계에서 대상과 CJ는 '라이벌'인 셈이다.
그런데도 CJ 계열사 tvN이 대상 종가 김치를 선택한 것은 시쳇말로 '돈이 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서진이네1'의 경우 제작 지원 협찬을 고지하려면 최대 10억원 정도가 든다. 지난해 유명 드라마 제작 지원 협찬 고지 비용이 1억~5억원 선이라고 하니 대상㈜이 통 큰 투자를 한 셈이다.
실제 광고 효과도 봤다. 업계 관계자는 "tvN 방송에서 종가 김치가 나온 뒤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서진이네2 촬영 장소가 아이슬란드 현지였던 만큼, 대상㈜ 입장에서는 해외 광고 효과도 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상㈜은 이런 방식으로 서진이네2에 자사 제품 '순창 컵고추장'과 조미료 '맛선생' 등을 광고했다. CJ제일제당도 경쟁 제품을 가지고 있는 데도 말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개 PPL은 광고 담당자와 방송 제작진이 상의해서 결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작비 등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서 최종 협찬 대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하나만 걸려라"…'불닭' 신화 전까진 무한경쟁뿐
업계 관계자는 "우지파동과 IMF 등으로 서러운 세월을 보내야했던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하나로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사실상 업계 선두주자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이번 2분기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9% 증가한 3321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을 78%까지 확대했다.
최근 CJ제일제당이 '햇반 전쟁'을 끝내고 1년 8개월 만에 쿠팡에 자사 제품을 다시 납품하기 시작한 것 역시 순전히 자사의 이익만 바라보고 내린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쿠팡과의 거래를 재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CJ제일제당의 다양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쿠팡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비비고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제품인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 성장세는 둔화됐다. 연간 햇반 매출은 2020년 5595억원, 2021년 6880억원, 2022년 8152억원, 2023년 8503억원으로 뛰고 있지만, 2023년 매출 증가폭이 4.3%로 2022년 18.5%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 CJ제일제당이 쿠팡에서 햇반을 팔지 않으면서 실적도 주춤해진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화장품 회사도 자사 매장보다 올리브영에 더 '눈길'
특히 외국인 관광객까지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을 찾는 시대가 되면서 백화점에만 입점했던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도 올리브영에 납품을 시작했다.
업계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결국 '실적에 충실해야한다'는 기조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는 데도 관계 등을 고려해 선택을 미룬다면 이는 결국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실적이 중요한 분위기가 되고, 또 그것이 기업의 숙명"이라면서 "동시에 주주 이익 환원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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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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