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가슴 속에 샘이 생겼다"

쌍둥이 엄마 김수완 2024. 8. 2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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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품은목소리㉓]
딸 쌍둥이 엄마 김수완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딸 쌍둥이와 엄마 김수완 씨.

'쌍둥이 임신·출산·육아의 신세계'

먼저 나온 선둥이 2.8킬로그램, 1분 차이로 태어난 후둥이 2.4킬로그램. 도합 5.2킬로그램을 뱃속에 품고 있었다. 양수까지 포함하면 그 무게는 6킬로그램에 육박한다. 쌍둥이를 갖게 되면 쌍둥이 임신과 출산, 육아의 신세계를 알게 된다.

쌍둥이는 40주를 채워 낳지 못한다. 자궁이 두 아기의 성장을 감당할 수 없어 산모와 아기들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주로 36주에서 38주 사이에 출산 날짜를 잡는다.

쌍둥이 임신을 알게 됐을 때 남보다 배가 나올 것은 예상했다. 30주가 되자 만삭 임산부가 되었다. 35주에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배가 나왔다. 꼭 풍선에 머리와 팔다리가 매달린 것 같았다. 바닥에 앉으면 혼자 일어날 수 없었다. 두 발은 퉁퉁 부어서 가만히 있어도 악 소리가 날 만큼 아팠다. 고통을 참으며 하루하루 버텼다. 병원 진료 때는 교수님에게 제발 수술해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 말을 삼킨 건 아기들 때문이었다. 쌍둥이는 다른 아기보다 작게 태어난다. 뱃속에서 자리가 좁은 데다 쌍둥이 형제와 영양분도 나눠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산하는 경우도 많아 늘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다른 아기들보다 일찍 태어나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갈 확률도 높다.

임신성 당뇨에 걸려 인슐린을 맞았고, 임신 후기에는 자궁수축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도 '조금이라도 더…'라며 아기들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내 두 딸은 태어났다. 나의 피와 눈물을 양분삼아.

출산만 하면 고통이 끝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기들은 끊임없이 나의 피와 눈물을 요구했다. 세 시간마다 있는 수유 시간. 엄마가 되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쌍둥이는 좀 다르다. 한 명씩 따로 먹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면 하루 종일 수유만 해야 한다. 나는 동시 수유 방식을 택했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고 분유를 먹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역류방지쿠션에 눕혀놓고 먹였는데, 신생아다 보니 먹는 속도도 느렸다. 더 큰 문제는 트림이었다. 트림은 동시에 시킬 수 없었다. 한 명씩 안아서 시키면 기다렸던 아이가 문제가 됐다. 기다린 아이는 분유를 먹은 후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트림을 잘 못하는 것이다. 먹이는데 한 시간, 트림시키는 데 한 시간. 우리 부부는 거의 쉬거나 잘 수 없었다.

출산 초기에는 산후조리원과 산후 도우미, 시댁의 도움을 받았다. 백일 때부터는 독박육아를 했다. 힘든 건 그뿐 아니었다.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가 깨어 울었다. 아기들이 돌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잠을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이유식까지 손수 만들면서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빨려 들어갔다. 몸도 정신도 피폐해졌다. 하나였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

'쌍둥이는 삼신 할매의 선물'


'쌍둥이는 삼신 할매가 아끼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쌍둥이 부모 사이에서 위로 삼아 하는 이야기다. 쌍둥이를 가질 확률은 자연임신일 경우 1% 정도. 인공수정과 시험관 임신 등으로 수치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단태아 임신 확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정말 삼신 할매가 선물로 내게 쌍둥이를 주신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쯤, 아이들은 쌍둥이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무한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100일에 서로 얼굴을 보며 옹알이를 하더니 6개월이 지나자 둘이 손을 맞잡고 웃었다.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다. 서로 쪽쪽이를 바꿔 물고 깔깔댄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를 나누고 커튼 속에 들어가 까꿍 놀이를 한다. 자고 일어나면 꼭 쌍둥이 자매가 옆에 있는지 확인한다.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는 두 아이는 눈만 봐도 서로 생각을 읽는다. 함께 몰려다니며 장난을 한다. 둘이 나란히 아기울타리에 붙어 서서 엄마, 아빠, 맘마를 외친다.

성격이 다른 두 아이를 보는 것도 즐겁다. 선둥이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다. 후둥이는 밝고 외향적이다. 선둥이는 나이답지 않은 의젓함으로 나를 놀라게 하고, 후둥이는 뽀뽀와 애교로 내 마음을 녹인다.

'엄마 됨의 기쁨'

엄마는 희생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너무 어려운 임무처럼 느껴졌다.

수술실에서 딸들의 첫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병실로 돌아와서도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아기들이 보고 싶었다. 일어나면 장기가 쏟아질 것같이 아팠지만, 아기들을 보기 위해 신생아실로 가는 동안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이를 낳으면 가슴 속에 샘이 하나 생긴다. 사랑이 샘솟는 샘. 샘은 내 안에 있지만 나 혼자 힘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아기들도 그 샘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아기들이 짝짜꿍하며 웃을 때, 내 손을 끌어 입 맞출 때, 내 목에 볼을 대고 나를 꼭 안을 때. 아기들은 나보다 더 큰 사랑을 건넨다.

육아는 고되지만 아기들이 주는 기쁨은 그것을 넘어선다.

쌍둥이는 선물이 맞다.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준 쌍둥이 딸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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