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당센터…그곳에 가면 고혈압·당뇨병 확실히 잡는다”

천선휴 기자 2024. 8.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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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요즘 뭐함?] 30세 이상 고혈압·당뇨 환자 누구나 참여
사업 참여 지역 늘지않고 정체…"예방 중심 투자 강화해야"
14일 서울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에서 윤은주 영양사가 당뇨 영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오늘은 당뇨병 환자가 밥을 먹을 때도 순서를 지키는 게 좋다는 걸 배웠어요. 단백질류를 먼저 먹고 곡류, 육류, 채소류를 골고루 돌아가며 먹어야 한다더라고요."

35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임동환 씨(72)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고당센터)의 우등생이다. 2018년 6월부터 약 6년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고당센터를 찾아 정기적인 교육에 참여하고 당뇨병 집중 관리를 받아왔다.

그 결과 8.5%에 달하던 임 씨의 당화혈색소는 이달 6.8%까지 떨어졌다. 당뇨 기준이 되는 6.5%에 근접한 수치까지 떨어진 것이다.

14일에도 당뇨병 교육을 듣고 나온 임 씨는 "당뇨 환자라고 해도 사실 관리에 소홀하게 되는데 교육을 받고 나면 혈당 수치가 확 떨어지고 몇 달은 관리가 잘 된다"며 "또 잊을 만하면 교육을 받고 센터에서도 수시로 관리해주니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임 씨와 함께 수업을 들은 이공희 씨(74)는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 관리도 받고 있다.

5년째 센터를 다니고 있다는 이 씨는 "약을 탈 때가 되면 '약 타기 3일 전'이라고 연락이 오니 병원을 제때 가게 된다"며 "TV에서 보는 거 말곤 당뇨·고혈압 관리법을 배울 기회가 없는데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이후부터 확실히 관리를 잘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에서 운동교실 참여자들이 밴드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질병청 제공) /뉴스1 ⓒ News1

이들이 이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은 바로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이다. 이 사업은 고혈압, 당뇨병 환자의 지속적인 치료와 자가 관리 역량을 향상시켜 중증 심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별것 아닌 흔한 질환인 듯하지만 결국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해 의료비 지출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병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대구광역시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한 후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고, 현재는 19개 시·군·구의 25개 보건소가 참여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업 참여 지역에 사는 30세 이상 고혈압, 당뇨병 환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면서 "등록된 환자들에겐 인센티브 지급, 교육·상담 및 리콜, 리마인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센터 등록을 원하는 희망자(고혈압·당뇨 전단계도 가능)는 지정된 동네 의원에 방문해 등록 동의서를 제출하면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물론 1대1 맞춤형 건강 상담도 받는다. 이를 위해 센터엔 예방의학 전문의, 간호사, 영양사, 운동치료사 등 관련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서울 성동구 고당센터의 경우 매월 첫째·둘째주 월~목요일엔 당뇨병 교실, 셋째·넷째주 월~목요일엔 고혈압 교실을 열어 질환 관리, 영양, 운동 교육을 진행한다.

또 지속적인 치료율 향상을 위해 진료일을 알려주기도 하고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는 진료비 월 1500원, 약재비 월 2000원씩 연 최대 4만 2000원을 지원한다.

센터에 따라 다르지만 혈압계나 혈당기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경기 광명시 고당센터에 등록돼 있는 80대 안 모 씨는 "대학병원에 다닐 때는 약 복용을 자주 잊어 약도 항상 남게 되고 진료비, 약제비도 비싸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또 병원 갈 때 되면 문자도 보내주고 전화로 안부도 물어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에서 열린 영양체험교실의 모습. (질병청 제공) /뉴스1 ⓒ News1

놀랍게도 센터가 생기면서 건강 지표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변화도 나타났다.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따르면 2012년 센터가 생긴 성동구의 경우 2013년 지역주민의 혈압수치 인지율은 44.8%에서 2023년 74.5%로 29.7%p가 증가했다. 이는 서울시 평균인 68.1%보다도 높은 수치다.

혈당수치 인지율도 같은 기간 11.5%에서 48.7%로 37.2%p 높아졌다. 역시 서울시 평균은 36.6%로 성동구보다 낮았다.

2009년부터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경기 광명시의 경우 2023년 혈압·혈당 수치 인지율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박경옥 성동구 고당센터 팀장은 "처음엔 참여를 꺼리지만 막상 교육을 받은 후 도움이 되었다고 만족하는 분들이 많다"며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는 데다 사회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어 만성질환 교육·상담을 소비재가 아닌 가치재로 보고 활성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고당센터는 2012년 19개 시군구가 참여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 곳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합병증이 발생하고 나서야 치료받도록 하는 치료 중심의 정책이 되다 보니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선행 질환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부분이 있다"며 "이젠 선행 만성질환 관리에 투자를 확대해 치료 예산이나 의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홍천군 고당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춘배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이나 감염병에 대한 자원은 치료 중심이 우선인 상황"이라며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당센터의 전국적인 사업 확대를 통해 중증, 합병증을 예방하고 의료비를 절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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