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온누리·지역사랑 상품권의 사각지대

김해대 기자 2024. 8.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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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를 5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온누리상품권요? 우리 면에는 그 상품권을 쓸 수 있는 전통시장이 없어요." "고령농민들이 상품권 쓰자고 읍내까지 어떻게 매번 나갑니까." "지역사랑상품권을 농협 마트에서 쓰게 해달라고 그렇게 요청했는데."

당초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이 추구하는 방향은 서로 달랐다.

온누리상품권은 온전히 못 누리고, 지역사랑상품권은 내 지역에서 편히 쓸 수 없는 농촌의 상황을 더는 방치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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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를 5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조원에서 2.75배로 늘어난 규모다. 지역경제와 소상공인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온누리상품권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앞서 6월 관련 계획을 밝혔는데, 당시 이 소식을 접하며 허탈해하던 농민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온누리상품권요? 우리 면에는 그 상품권을 쓸 수 있는 전통시장이 없어요.” “고령농민들이 상품권 쓰자고 읍내까지 어떻게 매번 나갑니까.” “지역사랑상품권을 농협 마트에서 쓰게 해달라고 그렇게 요청했는데….”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상점가에서만 쓸 수 있다. 중기부가 할인 차액 5∼10%를 지원한다. 전통시장이나 이렇다 할 상점가가 없는 면 단위에서는 큰 쓰임새가 없다 보니 농촌 주민들에게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단적인 예로 전북 순창군 동계면에는 가맹점이 한곳도 없다.

농촌 주민에게 그나마 요긴하던 ‘지역사랑상품권’에는 먹구름이 꼈다. 행정안전부가 내년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서다. 온누리상품권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게 이유다.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처가 연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으로 제한되며, 대다수 농협 하나로마트·자재판매장에서 사용이 막힌 상황이다. 불과 재작년까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농협에서 장을 보던 농촌 주민들에게 내년도 예산 미편성 소식은 허탈감을 더한다.

당초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이 추구하는 방향은 서로 달랐다. 온누리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활성화에, 지역사랑은 지역경제와 공동체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가 매출 30억원 이하 법인으로 제한되며 두 상품권의 초점은 모두 ‘소상공인’에 맞춰졌다. 유탄은 상권이 부족한 농촌 주민들이 맞았다.

정부 발행 상품권은 소비자들이 편히 사용할 수 있을 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능 중복을 이유로 ‘온누리상품권’ 지원에 집중한다면 최소한 그 혜택을 전국 모든 소비자가 골고루 누리도록 사각지대는 해소해줘야 한다. 상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의 주민들이 온누리상품권을 편히 쓰도록 협동조합 매장 등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온전히 못 누리고, 지역사랑상품권은 내 지역에서 편히 쓸 수 없는 농촌의 상황을 더는 방치하면 안된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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