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K보험 글로벌시장 ‘도장깨기’

최소임 기자 2024. 8.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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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미생'은 해외시장 개척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일본 보험회사는 자국 경제와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 국내 보험회사도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K보험 해외시장 진출 성과는 2030년 후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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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머물러 포화상태
성장률 둔화·총보험료 감소
일본 기업들은 이미 해외로
공격적 인수합병·현지 협업
자본력·전문성·리더십 갖춰
장기적 측면에서 성과내야

인기 드라마 ‘미생’은 해외시장 개척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가난했던 우리는 해외시장 덕분에 선진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자동차·건설은 물론 이제 케이팝(K-Pop), 케이무비(K-Movie) 모두 글로벌시장이 무대다. 그런데 보험은 국내시장에 머물러 있다. 우리 보험회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총수입의 1% 정도로 일본 대형 보험회사가 총수익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것과 대조된다.

2023년 국내 보험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이며, 한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0.6%에 불과하다.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성장은 부진하다. 보험료 성장률은 2010년 이후 둔화했고 2023년 총보험료는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케이(K)보험이 글로벌 보험시장으로 도약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 보험회사는 자국 경제와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일본 손해보험 1위 기업인 도쿄해상은 2008년부터 미국·영국과 아시아 등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해외사업을 영위했다. 그 결과 도쿄해상은 2023년 상반기 총이익 2755억엔 중 2020억엔(73.3%)을 해외사업으로 달성했다. 동기간 MS&AD와 솜포재팬도 총이익의 40%와 61%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생명보험회사도 비슷하다. 시장 성장이 둔화하자 다이이치생명은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태국·베트남에 진출했고 호주의 ‘타워 오스트레일리아 라이프’ 경영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미국 ‘프로텍티브 라이프’도 인수했다.

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 국내 보험회사도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1990년대부터 해외시장에 참여했다. 2019년부터 영국 캐노피우스 지분을 인수하며 영미 보험시장에 진출했고 베트남·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우량 기업 지분 인수에 성공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사를 인수하고 올해 6월 리포그룹의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K보험 해외시장 진출 성과는 2030년 후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먼저 해외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므로 자본력이 중요하다. 회사를 인수하거나 일정 지분을 인수해도 수백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나라마다 규제와 관행이 달라 진출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도 필수적이다. 현지 기업과 협업하면서 신뢰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사례는 많다.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에 대한 확고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경영진의 강한 비전과 리더십이 없으면 해외사업은 표류하기 십상이다. K보험은 아직 이런 핵심 역량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보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2∼4년으로 짧은 것도 문제다. 3년 임기인 CEO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므로 장기 과제인 해외사업은 뒷전이다. CEO 임기를 확대하면서 경영 책임을 묻는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은 인간의 초월적 경지를 보여주며 선수들은 ‘불가능은 가능성의 첫걸음’이라는 명제를 반복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인간승리를 보여준 올림픽 영웅도 한때 작고 연약한 햇병아리였다. 힘겹게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K보험에 갈채를 보내며 머지않아 글로벌시장 ‘도장깨기(어려운 장벽이나 기록을 넘는 일)’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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