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67% 찬성에도 혁신초 공모 취소... 이유는 교사들 반대
2011년 도입 후 29개교→249개교로 확산
토론, 체험 위주 수업에 학부모 만족↑
교육과정·수업 등 교사 부담 커져 한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는 내년 혁신미래학교(혁신학교) 재지정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다. 2012년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돼 12년간 운영됐지만 교사들의 반대로 내년부터 일반학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혁신학교 재지정 동의율 조사에서 학부모 67.3%가 동의한 반면 교원 동의율은 18%에 그쳤다. 혁신학교 재지정 신청을 하려면 교원과 학부모 모두 동의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해당 학교 4학년 학생의 부모는 "혁신초에 보내려고 일부러 이사까지 했는데 재학 중에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아이들도 동아리 활동이나 체험학습 만족도가 높았는데 갑자기 없어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1년 도입 혁신학교, 29곳→249곳
2011년 도입된 서울형 혁신학교는 경직된 교육과정에서 탈피해 교사와 학생들이 주도하는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추구한다. 학교 수는 첫해 초중고 29개에서 올해 249개로 크게 늘었다. 그중 초등학교가 181개, 중학교 48개, 고등학교 16개, 특수학교 4개로 초등학교 비율이 72%로 가장 많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교당 평균 5,500만 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학교 운영이나 교육과정, 수업 등 자율권이 보장되고, 학급당 학생 수를 24명 이하로 편성할 수 있다. 교사들은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와 컨설팅 기회도 갖는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은 경쟁이나 평가보다는 토론과 체험 위주다. 가령 학생들이 직접 간식 식단을 구성하고 예산을 짜고 실제 집행까지 해본다. 학급당 독서 박스를 마련해 학생 스스로 목표 권수를 제시하고 토론하기도 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판단해 외부 강사 초빙 수업도 이뤄진다.
도입 초반 학력 저하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평가가 달라졌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혁신초 2학년생 부모 이모(41)씨는 "빙상이나 수영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체험 활동을 많이 한다"며 "발표회나 바자회 등 아이들이 주도하는 행사와 프로그램이 많은 점도 일반 학교와 차별화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혁신초에 자녀가 다니는 김모(45)씨도 "시험이나 숙제가 없다고 해서 노는 게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주입식이 아닌 아이 주도적 학습이 이뤄진다"며 "학부모회를 통해 교사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제안도 할 수 있어 틀에 박히지 않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사 헌신 바탕 한계... '무늬만 혁신'
반면 교사들의 고충은 적지 않다. 도입 초기 자발적으로 교육과정 혁신에 나섰던 교사들은 혁신학교가 크게 늘어나면서 내실 있는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교사 재량에 따라 혁신학교 성과가 갈리다 보니 업무 부담도 가중됐다. 혁신학교에서 7년간 근무한 초등교사 A씨는 "도입 10년이 넘다 보니 '무늬만 혁신'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가령 외부 강사 초빙 수업도 아이들에게 어떤 강의가 필요한지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적은 비용으로 수업을 많이 해주는 강사를 초빙하거나, 학부모가 선호하는 수업 위주로 예산이 사용되는 학교가 많다"고 했다.
혁신학교에서 근무 중인 중등 교사 B씨는 "끊임없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하는데 행정업무가 많아 원래 취지대로 주도적으로 수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혁신학교가 많아지면서 교육과정이나 수업도 비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운영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운영되다 보니 10년이 지나면서 초기 교사들의 전근 등으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교사 수 부족, 행정업무 과중 등을 감안해 운영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혁신학교가 늘어나면서 교사와 학생의 주도적 학습 체계가 확산됐다"면서도 "이제는 교사나 교장의 재량에 맡길 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주체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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