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직구 즐기는 대만인… 교민 “앞집에도 쿠팡 배송상자”
대만공항 인근에 2호 물류센터… 쿠팡, 연내 3호 기지 가동 계획
한국 직구도 3∼4일내 무료 배송… 현지인 “생필품 빠르게 받아 편리”
지난달 23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을 달렸더니 쿠팡이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한 제2호 풀필먼트센터(통합물류센터)가 나타났다. ‘coupang’이라는 낯익은 로고가 아니었다면 알아보지 못했을 것 같은 평범한 건물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런 건물도 없는 한적한 동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곳이 쿠팡의 유일한 해외 진출국인 대만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물류기지’다.
● 투자액 3600억 원…AI 스마트 물류센터 가동
투자 핵심은 물류센터다. 빠른 배송을 위해선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해 직매입한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에 오른 성공 전략을 대만에도 이식하고 있는 셈이다.
대만 내 통합물류센터 2곳을 구축한 쿠팡은 올해 안에 제3호 통합물류센터를 완공해 가동할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수요 예측, 머신러닝 및 자동화 기술 등이 탑재된 스마트 물류센터”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2022년 10월 대만에서 로켓배송·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만 고객들은 주문금액이 195대만달러(약 8150원) 이상이면 다음 날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배송에 3주가 소요되는 타 직구 업체와 달리 690대만달러(약 2만8800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다음 날 한국발 대만행 첫 비행기편으로 빠르면 3∼4일 내 무료 배송해주는 로켓직구도 선보였다.
쿠팡이 진출 초기 대만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한국 교민들이었다. ‘한국 물건을 현지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최근엔 대만 현지 고객도 늘고 있다. 타오위안시에 거주하는 엄상우 씨는 대만에 정착한 지 3년이 됐다. 엄 씨는 “아내가 작년부터 쿠팡을 쓴다. 우리 아파트에서 한국 사람인 우리 가족만 쓰는 줄 알았는데, 쿠팡의 배송 상자인 ‘프레시박스’가 이웃집 앞에도 놓여 있던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올해 초 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쿠팡 앱이 다운로드 인기 순위 1위였던 것을 봤다”고 말했다. 대만인 주이첸 씨는 “로켓배송으로 한국 생필품들을 주로 산다. 물건을 빠르게 받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현지 유통업체와 비교해 저렴한 한국 식료품·화장품·생활필수품 등이 인기”라며 “국내 중소기업 홍삼 브랜드나 김, 과자, 음료 등 상품들은 현지 경쟁업체와 비교해 40∼70% 싸게 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로켓직구, 한국 중기 제품 수출 판로 역할
쿠팡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대만 진출을 통해 회사 전체 매출이 70배가량 뛴 곳도 있다. 물티슈(순수코리아), 콤부차(티젠) 등 주요 소비재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쿠팡을 통해 대만 수출을 확대하고자 신규 제품 생산 설비나 마케팅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대만 수출 확대가 여러 중소기업에 새로운 판로 개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향후 쿠팡이 대만을 기반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 진출에도 힘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이른바 ‘아시아 뉴7’ 지역은 젊은 인구의 비율이 한국 시장에 비해 커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대만이 ‘한국형 이커머스 사업’ 수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타오위안(대만)=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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