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우리가 사랑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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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국 사람들은 참 똑똑한 것 같아." 몇 해 전 지방을 함께 여행하던 독일 친구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뜬금없이 나타난 고층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나에게 툭 던진 말이다.
그 친구의 대답은 독일에서는 이런 고층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집을 짓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녹지가 훼손되고 있어 큰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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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국 사람들은 참 똑똑한 것 같아.” 몇 해 전 지방을 함께 여행하던 독일 친구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뜬금없이 나타난 고층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나에게 툭 던진 말이다.
내 눈에는 우리 주변에 흔한 그런 성냥갑 아파트였기 때문에 똑똑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 친구의 대답은 독일에서는 이런 고층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집을 짓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녹지가 훼손되고 있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고층아파트를 짓고 거기에 모여 사는 것이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며 주택난도 해소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었다. 덕담성 발언이었지만 제법 그럴듯한 해석이었다.
얼마 전 방문한 LH 토지주택박물관의 기획전 ‘아파트: 새로운 삶을 담다’에서 만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의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마포아파트는 당초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중앙난방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10층 11개동의 최신식 아파트단지로 설계됐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무슨 중앙난방이냐는 비난 여론에 못 이겨 결국 연탄보일러를 설치했다고 한다. 마실 물도 없는데 수세식 화장실은 물 낭비라는 서울시 수도국의 반대가 심했지만 다행히 수세식 화장실은 관철됐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전력 낭비의 원흉으로 지목된 엘리베이터를 없애기 위해 결국 6층 6개동으로 규모가 축소돼 1962년 준공된 마포아파트에는 총 450가구가 입주했다. 그때는 아무도 전 국민의 63%가 아파트에 모여 살게 된 오늘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파트는 전시 제목처럼 우리의 새로운 삶을 담는 그릇이 됐다.
이제 우리의 주거문화에서 아파트는 주인공이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흔히 아파트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이 말에는 좀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비록 최선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주거환경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우리의 새로운 삶을 담았던 아파트의 미래는 어떨까?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도 아파트고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도 아파트다. 우리 주변이 아파트로 꽉꽉 채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부족하다. 아파트가 우리 시대의 욕망이 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초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가 현실이 될 미래에도 지금 같은 대단지의 고층아파트가 여전히 대세일까.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아파트의 미래는 불안하다.
아파트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잘 지은 아파트라도 50년을 넘기기는 어렵다. 이쪽에서는 헐고 저쪽에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새로 짓고야 마는 무한 반복의 아파트 공화국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변화하는 삶을 담을 새로운 그릇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주도면밀한 혜안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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