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g 쌍둥이’ 4.5㎏으로 “이름에 굳셀 강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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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이 매일 고비를 넘기고 버텨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23일 오후 세종충남대병원 3층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김기현 씨(44)는 생후 170일 만에 퇴원하는 둘째 아들 강민 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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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사성 장염-기흉 등 숱한 고비에도
생존 확률 20% 뚫고 건강하게 자라
“신생아중환자실, 필수의료의 기적”
“두 아들이 매일 고비를 넘기고 버텨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23일 오후 세종충남대병원 3층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김기현 씨(44)는 생후 170일 만에 퇴원하는 둘째 아들 강민 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김 씨가 배를 토닥이며 “사랑해”라고 하자 강민 군은 대답을 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올해 3월 4일 밤 대전 동구 처가에 있던 아내 김지연 씨(42)는 복통을 호소하다 양수가 터졌다. 김기현 씨가 119에 신고했지만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로 받겠다는 병원이 없었다. 김 씨는 “인천까지 알아보다가 밤 12시를 넘겨서야 겨우 세종으로 이송됐다”고 했다.
당시 아내 배 속에는 막 5개월 된 남자 쌍둥이가 있었다. 출산 예정일은 7월 7일이었다. 양수가 터진 상태에서 1명이 거꾸로 있던 탓에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결국 두 아이 모두 22주 3일 만에 미숙아로 세상 밖에 나왔다.
출생 당시 두 아들 모두 신생아 평균 체중(3.3㎏)에 한참 못 미치는 400g에 불과했다. 24주 미만 미숙아의 생존 가능성은 20% 전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쌍둥이가 모두 미숙아로 태어난 건 매우 이례적이어서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첫째 강우 군은 생후 30일 만에 괴사성 장염으로 장을 20cm 정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100일 직후엔 미숙아 망막병증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시술을 받아야 했다. 미숙아 망막병증은 출생 후 혈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겨 망막이 벗겨지는 것으로 위험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 강민 군도 생후 이틀 만에 기흉(氣胸)이 생겨 가슴에 흉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로 숱한 고비를 넘긴 끝에 두 아이는 어느새 몸무게 4.5㎏까지 성장했다. 최근 의료진은 두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강민 군은 23일 퇴원했고, 강우 군은 2, 3주 정도 치료를 더 받고 퇴원할 예정이다. 굳셀 ‘강(强)’을 넣어 두 아들 이름을 지었다는 김 씨는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름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강인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 출산 직후 출생신고를 했다”면서 “병원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너무 기쁘다.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필수의료의 기적’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충남대병원은 2020년 7월 개원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신생아 집중치료지역센터를 운영해 미숙아 생존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일찍, 가장 작게 태어난 쌍둥이 형제가 건강을 되찾은 사례”라며 “반드시 필요한 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일”이라고 했다.
세종=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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