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한국 양궁과 동이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올림픽 10연패(連霸)'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실력이 워낙 월등하다 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 가사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그런데 한국 양궁팀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데는 신궁의 등장보다 신궁의 등장을 가능케 하는 공정한 선수 선발 체계에 더 큰 이유가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올림픽 10연패(連霸)’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실력이 워낙 월등하다 보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 가사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우스개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이런 우리의 활 솜씨를 ‘동이(東夷)’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東夷’는 오랜 옛날에 중국 사람들이 우리 민족을 비롯해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살던 사람들을 ‘동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낮춰 불렀던 말이다.
이 중 ‘夷’는 언뜻 ‘大(큰 대, 뛰어날 대)’와 ‘弓(활 궁)’을 합친 글자로 보인다. 그래서 ‘夷’를 ‘큰 활을 가지고 다니는 민족’이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 풀이하곤 한다.
하지만 한자의 출발점인 갑골문(甲骨文)에서 ‘夷’는 ‘矢(화살 시)’와 ‘己(몸 기)’가 결합한 형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己’는 새끼줄을 뜻해, ‘夷’는 화살에 새끼줄이 감겨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동이족이 유목민족이라서 활을 잘 쏠 뿐만 아니라, 줄을 이용해 짐승을 잡는 데도 능숙했기 때문에 그런 특징을 표현한 글자라는 얘기다. 어떻든 우리가 활과 무척 가까운 민족임은 틀림이 없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는 신궁(神弓), 곧 ‘신과 같은 활 솜씨를 가진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조선을 세운 이성계를 꼽을 수 있다.
옛 자료에서 이 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정말이지 함께 사선(射線)에 세워놓고 누가 더 잘 쏘는지 한번 겨뤄보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날 우리 양궁계에도 신궁으로 불리는 선수들이 종종 등장한다. 신궁은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분명 피나는 노력으로 그 경지에 오르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한국 양궁팀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는 데는 신궁의 등장보다 신궁의 등장을 가능케 하는 공정한 선수 선발 체계에 더 큰 이유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그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의 역사를 새롭게 쓴 김우진 선수는 “모든 선수가 부정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한국 양궁”이라며 “새로운 대회에 나가려면 전 대회의 3관왕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신궁의 실력을 갖췄더라도 경쟁 방식이 불공정하면 대표선수로 뽑힐 수 없을 텐데 대한양궁협회에서는 그런 부정(不正)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말이 시대의 화두(話頭)처럼 떠돌지만, 곳곳에서 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밥 먹듯 일어나는 세상이다. 이번 양궁 대표팀의 성과가 이런 세상에 큰 울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낀 경기도’ 김동연호 핵심 국비 확보 걸림돌…道 살림에도 직격탄 예고
- 삼천리그룹,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단행
-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김영선 구속..."증거인멸 우려"
- 한국 축구, 북중미월드컵 亞 3차 예선서 파죽의 4연승
- “해방이다” 수험생들의 ‘수능 일탈’ 우려...올해는 잠잠하네 [2025 수능]
- "우리 집으로 가자" 광명서 초등생 유인한 50대 긴급체포
- [영상] “온 어린이가 행복하길”…경기일보‧초록우산,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
- 성균관대 유지범 총장,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 받아
- 어린이들에게 사랑 나눠요, 제10회 나눔천사 페스티벌 산타원정대 [포토뉴스]
-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 vs 한동훈 “이 대표도 범행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