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업체 간 경계 사라지고… 패션 성별 구분 없어진다

석남준 기자 2024. 8. 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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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빅블러’ 현상 심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 폴딩도어가 설치된 모습(왼쪽 사진). 날씨에 상관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실내 쇼핑몰을 벤치마킹해 사계절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오른쪽 사진은 LF의 캐주얼 브랜드 히스헤지스의 화보. 주로 남성들이 찾던 브랜드였지만 최근 여성 고객들의 구매가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LF

유통업계에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빅블러는 크다는 의미의 ‘빅(big)’과 흐릿해지다는 의미의 ‘블러(blur)’가 결합된 용어로, 기존 영역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업계의 경우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쇼핑업체에서는 기존 분류 기준이었던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의 경계가 사라지고, 패션업체에서는 성별 간 구분이 예전처럼 딱 나뉘지 않는다고 보고 이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아웃렛·쇼핑몰 업태 구분은 옛말

지난달 현대백화점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송도점의 전 층 복도에 접이식 문(폴딩도어)를 설치했다. 통상 아웃렛은 교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개방감 있는 설계를 하고 산책과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 소비자들이 아웃렛에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날씨가 좋을 땐 폴딩도어를 개방해 기존처럼 운영하고, 날씨가 궂을 땐 폴딩도어를 닫아 실내 쇼핑몰로 변신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6개월에 걸쳐 공사를 마무리했다”며 “날씨에 따라 쇼핑 환경이 바뀌는 아웃렛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쇼핑몰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수원점을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재단장했다. 기존 롯데백화점 수원점을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복합 쇼핑몰로 바꾼 것이다. 이름만 봐도 백화점인지 마트인지 알 수 없다. 내부는 럭셔리 매장과 프리미엄 다이닝 서비스를 강조하는 백화점의 장점과 넓은 공간과 대중 친화적인 다양한 상품을 내세우는 쇼핑몰의 장점을 결합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부산점을 새롭게 단장해 9월 ‘커넥트 현대’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과 아웃렛의 강점을 결합한 형태의 신개념 쇼핑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4월 재단장한 연수점은 이마트 비율을 70%에서 30%로 줄였다. 대신 30%였던 식음료 매장 등 테넌트(독립 임대 매장) 비율을 70%로 늘렸다. 과거 대형마트라고 하면 입구부터 출구까지 모두 대형마트 제품으로 가득 채웠다면 이제는 이 공간이 대형마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외부 점포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체험형·체류형 시설을 대폭 강화하는 게 추세”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인 체험에 힘을 줘 고객들이 찾아오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선 성별 구분 모호해져

백화점·마트·아웃렛 등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들뿐만이 아니다. 패션업계에서도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별의 경계, 트렌드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내 패션 업체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LF의 브랜드 던스트는 ‘여성 브랜드’, ‘남성 자켓’ 등 특정 성별 구분을 없앤 게 특징이다. 성별 구분을 하는 대신 XS, S, M, L, XL 등 사이즈의 구분만 있다. LF 관계자는 “오버핏을 즐기는 여성, 슬림핏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각자의 선호와 취향에 맞게 사이즈를 선택하면서 남자 옷, 여자 옷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설명했다.

캐주얼 브랜드 히스헤지스(HIS HAZZYS)는 이름대로 주로 남성들이 찾던 브랜드였지만, 여성들의 구매가 많아졌다고 한다. 작년 히스헤지스 여성 구매 건수는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디 애퍼처(The Aperture)’는 가을 컬렉션에 유니섹스(남녀 겸용) 라인을 확대했다. 여성복 브랜드이지만 남성 소비자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재킷의 사이즈를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젠더리스(성 구분이 없다는 의미) 아이템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존 업태와 성별 구분이 사업자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적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기존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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