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누전에 ‘불똥’… 침대 튀며 불 번진 듯”
지난 22일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의 원인으로 객실 안 벽걸이형 에어컨이 지목되고 있다. 2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소방은 에어컨 누전을 이번 화재 핵심 원인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처음 불이 난 이 호텔 810호에는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데 에어컨 누전으로 발생한 불똥이 근처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등에 튀면서 불이 삽시간에 확산했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지난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 때도 이 에어컨이 있던 자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화재 직전 810호에 배정된 투숙객이 “방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고 해 호텔 측이 방을 바꿔준 사실도 확인됐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무더위로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해 과부하로 인한 합선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합선에 따른 스파크가 먼지 등에 옮아붙으면서 불똥이 생겼고 그 불똥이 송풍구를 통해 아래로 떨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에 따르면, 벽걸이형 에어컨 바로 밑에 소파가 있고 그 옆에 침대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은 침대 매트리스가 작은 불똥을 큰 화재로 키운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방재학회에 따르면, 침대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면 나무 책상보다 230배 불이 빨리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와 비교하면 490배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화재 신고를 접수한 뒤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810호가 있는 7층은 이미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매트리스는 나무보다 유독 가스를 더 많이 내뿜어 인명 피해를 키웠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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