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 넘어 모든 가족이 공감할 이야기… 시즌 2로 돌아온 ‘파친코’

김민정 기자 2024. 8. 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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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TV+서 지난 주말부터 공개
이국 땅에서 억척스럽게 두 아들을 키우는 ‘파친코’ 시즌 2의 젊은 선자(배우 김민하). 시즌 1보다 더 강인하고 단단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애플 TV+

인간에 대한 유려한 서사시가 시즌 2로 돌아왔다. 더 극적인 이야기를 품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파친코’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 집안의 이야기를 주인공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쳐 풀어낸 수작. 시즌 1(2022)은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지난 23일 애플 TV+에서 공개를 시작한 시즌 2는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윤여정·진하·김민하·이민호 등 국내외 배우들의 호연과 생생한 시대 재현이 돋보였다. 시즌 1보다 극적인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회차별로 여러 각본가와 감독이 투입돼 매 회 밀도가 높다.

이야기는 ‘젊은 선자’(배우 김민하)와 ‘나이 든 선자’(윤여정)의 시대를 오간다. 시즌 1에서 1936년 배경으로 막을 내렸던 젊은 선자 이야기는 1945년부터 시작된다. 한국을 떠나 일본 오사카로 이주했던 선자는 남편의 부재 속에 두 아들과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큰아들의 생부 한수(이민호)와 다시 만난다. 1989년의 도쿄에선 한국계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성공에서 밀려났던 선자의 손자 ‘솔로몬’(진하)이 재기할 방도를 찾는다.

23일 ‘파친코’ 간담회에 참석한 나이 든 선자 역의 배우 윤여정(왼쪽)과 한수 역의 이민호. /뉴스1

통곡하지 않는 가운데 선자의 내력이 조용히 묻어나는 윤여정의 연기와, 솔로몬이란 인물과 하나가 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하의 연기 합이 좋다. 이민자 차별에 도전하는 손자와, 순응하는 선자 사이에 갈등이 있다. 23일 간담회에 참석한 윤여정은 “늘 차별을 당하고 살면 사람이 움츠러들게 되고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게 된다. 손자 솔로몬은 분노할 수 있지만, 선자는 분노할 힘도 없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젊은 선자와 타인에게 가차 없는 생존 방식을 가진 한수의 관계도 중요한 축이다. 로맨스를 넘어 서로의 인생에서 자꾸 돌아보게 되는 존재다. 1989년의 선자 곁에는 큰아들과 한수가 없어 어떤 선택이 그런 결과를 낳았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민자 이야기이지만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의 부모, 현 시대를 사는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공감할 이야기의 힘이 시즌 2에서도 건재하다. 끈끈한 가족의 유대는 갈등마저 품에 안는다. 그 중심에 어머니가 있다. 윤여정은 “못 배우고 정말로 가난했음에도 천박하게 살지 않는 정신을 우선으로 여긴 선자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만든 한국인 대하 드라마라는 점도 독특하지만, OTT에서 보기 드물게 인간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민하는 23일 인터뷰에서 “외국인 제작진과 작업하며 한국의 밥상 등이 정말 한국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의견도 많이 주고받았다”고 했다. 이민호는 “파친코는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인 것 같다”며 “모든 것이 빨라지고 간결해지는 시대에 이렇게 깊고 느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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