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4] 내 삶의 예쁜 종아리
내 삶의 예쁜 종아리
오르막길이
배가 더 나오고
무릎관절에도 나쁘고
발목이 더 굵어지고 종아리가 미워진다면
얼마나 더 싫을까
나는 얼마나 더 힘들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오르막길이 많네
게다가 지름길은 꼭 오르막이지
마치 내 삶처럼
-황인숙(1958-)
황인숙 시인의 시에는 탄력 있는 목소리가 들어 있다. 어떤 스프링에 의해 시상(詩想)이 튕겨져 일어난 것 같다. 비애와 비탄을 특유의 명랑과 발랄함으로 넘어선다. 오르막길이 많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있다. 매일 오르막길을 오른다. 힘이 들어서 비탈진 길을 오르는 일이 싫었을 것이다. 불평을 하며 낮은 목소리로 구시렁대며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 엉뚱한 생각을 한다. 오르막길을 올라서 배가 점점 불룩해지고 관절이 갈수록 상하고 종아리가 예쁘지 않게 되어 눈에 거슬린다면 얼마나 더 이 오르막길이 못마땅하겠느냐고 생각한다. 발칵 역정을 낼 성미를 다독인다. 투덜대던 마음을 금세 구김살 없는 마음으로 바꿔 놓는다. 그리하여 다시 좁은 언덕길과 층계가 많은 삶을 견뎌내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황인숙 시인은 시 ‘장터의 사랑’에서 “난 불안도 불면도 없어요/ 세상엔/ 미끄러지고 나동그라지고/ 뒤집힌 풍뎅이처럼 자빠져/ 바둥거리는 맛도 있다우//(……)// 벽을 문처럼/ 까부수고 나가는 거야// 난 그렇게/ 이겨왔다우”라고 노래한다. 현실이 곧 오르막길일지라도 오르막길을 이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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