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26] 빛나는 순간
아마추어 스포츠계에 최고 이벤트가 있다면 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를 일컫는 ‘고시엔’이라고 꼽는 이가 아마도 많을 것이다. 물론 농구광이라면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는 전미대학농구 토너먼트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항공모함 칼슨호 함상에서도 이 광란의 결승전을 시청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두 대회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한 번 지면 끝장인 토너먼트라는 것, 그리고 지역과 학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 농구가 프로로 가는 징검다리로 전락하고 있다거나 과열 경쟁에 따른 비리와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마추어리즘의 순수한 열정은 이제 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광복절 직후 이루어진 재일 한국계 학교의 우승을 두고 한일 간의 이런저런 사안이 부각되는 것은 조금 과하다. 고시엔은 고시엔이다.
어쩌면 단 한 번뿐인 청춘의 땀과 눈물로 얼룩진 열정 그 자체일 뿐이다. 오로지 프로로 가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목적인 한국 고교 야구와는 달리 일본 고교 야구는 오직 고시엔이 목표다. 고시엔은 1924년 갑자년에 건립한 효고현의 이 야구장 이름이 그대로 대회 애칭이 된 것이다. 야구장 개장 100주년이 되는 올해 대회에선 최초로 일본의 외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우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3700곳이 넘는 고교 야구팀 중 고시엔 구장을 밟을 수 있는 팀은 단 49곳. 가나자와현 같은 곳은 170팀 중 단 한 학교만이 본선에 나간다.
그래서 지역 예선 결승전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이며 패배한 팀 선수는 물론 응원단까지 수천 명의 통곡 속에서 경기가 끝난다. 고시엔에서 진 선수들은 경기장 흙을 한 줌 담고 경기장을 떠나 평생 기억으로 간직한다. 고시엔을 고시엔으로 만든 것은 구와타나 기요하라 같은 수퍼스타가 아니라 엄격한 예절과 규율로 다져진 오랜 전통의 힘이다.
뜨거운 여름 그 빛나는 순간. 전미대학농구의 주제가나 다름없는 데이비드 베렛의 이 노래처럼 말이다. “시간은 짧고 길은 멀지/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순간은 가버리고/ 그 한 번의 빛나는 순간/ 당신이 살아있었음을 알았지(Time is short and the road is long/ in the blinking of an eye/ Ah that moment’s gone/ One shining moment/ You knew you were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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