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다] 티메프, 사라진 1조원

방준원 2024. 8. 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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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23회Ⅱ]티메프, 사라진 1조 원

국내 최대 전자상가인 서울 용산전자상가.

텅빈 매장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이곳 상인들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취재기자/
피해를 본 매장은, 장사는 계속 하고 계신 거예요?

용산전자상가 상인 / (음성변조)
못 하죠. 직원 거의 나가고 월급도 못 주고.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물건을 팔았지만
두 업체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겁니다.

이번 사태로 당장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인 판매자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용산전자상가 상인 / (음성변조)
거의 전체 매출 100%가 티몬이신 판매자분들도 계세요. 제가 들은 것 중에 제일 큰 데가 지금 한 업체에 100억 원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국내 4, 5위를 다투던 거대 공룡 E-커머스 회사들의 갑작스런 몰락.
KBS뉴스(8월 1일)
검찰은 이번 사태를 1조 원 규모의 돌려 막기 사기라고 판단했습니다.

1조 원의 판매 대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위메프와 티몬 본사를 찾아간 피해자들

7월 24일. 소비자들이 위메프 본사를 찾아 환불을 요구하는 모습.

위메프 본사(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피해 소비자 / (음성변조)
빨리 가서 (환불) 해주세요 지금.
먼저 가서 (접수) 하세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위메프 본사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위메프에서 산 여행상품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고
환불까지 안 된 겁니다.

위메프 피해 소비자 / (음성변조)
위메프 창에서 숙박이 아예 취소가 되지도 않고 에러가 계속 뜨고요. 고객센터는 절대 연결이 안 되는데, 이 상황에서 저희가 내일 오전에 입금해 주신다는 말만 믿고 갈 수 없잖아요.

류화현 대표 / 위메프
우선 무엇보다 먼저 소비자 피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보상할 거고요.

7월 25일. 위메프에 이어 티몬에서도 여행 상품 등이 취소되자, 소비자들이 티몬 본사를 찾아 환불을 요구하는 장면

티몬 본사(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여행상품이 취소된
피해자 수백 명이 사무실을 점거한 채
환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티몬 피해 소비자 / (음성변조)
먼저 와서 줄 선 사람만 준다는 거예요?
이렇게 접수하면 안 돼요.
이건 아니죠.

환불 대란 사태는 지난달 초,

여행사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 상품을 팔았는데
티몬과 위메프가 대금 정산을 해주지 않자

여행사들이
결제까지 마친 소비자들의 여행 상품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불거졌습니다.

7월 29일. 티몬 위메프 피해 입점 업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소비자들에게는
일부 환불이 시작됐지만
더 큰 문제는 입점 업체들이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 입점 업체들이
상품을 판매하고도 받지 못한 금액이
약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방기홍 회장 /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우리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대출금이 늘어나는 바람에 그 대출도 못 갚고 허덕이고 있는데...

이날,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처음으로 입장문을 냈습니다.

자신이 가진
큐텐 지분 등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KBS뉴스(7월 29일)
티몬과 위메프는 오늘(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고,

이로 인해,
채권자인 판매자들이
소송으로 받을 수 있는
배상금까지 묶여버렸습니다.

이준 / 위메프 피해 판매자
아침까지만 해도 자기 사재를 털어서 어떻게든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던 사람이 몇 시간 만에 회생 조치를 한다는 게 이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7월 30일,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큐텐 구영배 대표가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다음 날, 국회 정무위에
모습을 드러낸 구영배 대표.

그룹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자금은
800억 원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윤한홍 위원장 / 국회 정무위
800억 원 가지고 있습니까? 갚을 그 판매 대금 정산할 수 있는 여력이?

구영배 대표 / 큐텐
최대 800억 원을 갖고 있고 그 부분이 정산 자금으로 바로 쓰일 수 없다는 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윤한홍 위원장 / 국회 정무위
그럼 800억 원 갖고 있는데 그것도 지금 쓸 수 없다(는 건가요)?

7월 3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위메프 본사에 기자가 찾아간 모습.

이튿날, 위메프 본사.
정문은 굳게 닫혔고,

‘뒷문으로 돌아 3층으로 오라’는
피해자들이 붙여 놓은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사무실은
위메프 직원들 대신
피해 판매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검찰이 오기 전
직원들이 자료를 빼낼 것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KBS뉴스(9월 1일)
검찰이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영장에는 1조 원대 사기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6일 만이었습니다.
서울 중랑동부시장 김대형 상인이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


서울 중랑동부시장에서
과자 가게를 7년째 운영해 온
김대형 씨.

코로나19가 닥쳐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고..
이웃 상인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상인들은 자구책을 찾았습니다.

자신들의 상품을
티몬과 위메프에서도
팔기로 한 겁니다.

김대형 상인 / 서울 중랑동부시장
이제 온라인 플랫폼에 저희 전통시장 상인들이 입점을 시켰죠. 당시에는 라이브 커머스, 특판장,
또 상생마켓이라고 그래서 농수산물과 같이하는 마켓 등 다양한 제품을 입점을 시켰습니다.

상인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물건을 팔 때
적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지원받은 덕분에,
코로나19라는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장 협동조합장인 김 씨는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상인들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티몬, 위메프가
판매 대금 지급 불능 상태에 놓이자
자신은 물론, 다른 상인들의
피해 금액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취재기자/
(다른 분들 거 대신 판매해 준) 그런 부분에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나요?

김대형 상인 / 서울 중랑동부시장
그런 것들이 다 포함이 돼 갖고 지금 이제...

취재기자/
그분들에게 돈을 사비로 주셔야 하는 건가요?

김대형 상인 / 서울 중랑동부시장
이제 드려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이성원 사무총장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통시장들은 혁신이나 이런 온라인 활용이 느리잖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도 좀 변화하고 한 번 더 해보자라고 했던 분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 좀 안타깝죠.

2010년 등장한
티몬과 위메프는
여러 사람이 살수록
더 할인해주는 판매 방식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두 회사는 연매출
4천억, 5천억 원을 기록하며
쿠팡과 함께 E-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두 회사와 쿠팡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용구 교수 / 숙명여대 경영학과
쿠팡은 드라마틱 하게 전자상거래 업체로 아마존으로 전환한 거죠. 그래서 물류 센터를 마구 지으면서 이제 직매입을 해 가지고, PB(자체 상표)도 개발하고 그냥 오프라인 소매업이 하는 걸 그대로 하면서 물류 업체하고 이제 어떻게 보면 물류로 업을 바꾼 건데요. 그래서 이제 쿠팡은 쿠팡이 하는 거는 계획적인 적자였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이제 이런 티몬이나 이미 자본 잠식 상황이고...

티몬은 2017년부터
2천 억 원 대의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갔고,

위메프까지 합치면
두 기업의 자본 잠식 규모는
올해 1분기 1조 1,874억 원에 달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이른바 ‘차이나 커머스’
중국 E-커머스 업체들에 맞서 펼친
‘초저가’ 전략도 적자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서용구 교수 / 숙명여대 경영학과
갑자기 이제 이런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차이나 커머스도 역할을 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어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업체들이 작년부터 한국에 굉장히 활발하게 들어오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갑자기 매출이 생각보다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할인권을 자꾸 할인 상품권에 대한 유혹이 생기는 거죠.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이제 돌려 막기가 돼버릴 수밖에 없는 거죠.

판매자들에게 줘야 할
물품 판매 대금을 주지 않고,
어딘가에 사용하면서
사업을 영위해온 겁니다.

또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서용구 교수 / 숙명여대 경영학과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구영배 회장의 탐욕과 무지였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데요.(E커머스 시장의 상황이) 과거에 자기가 뛰었던 10년 전 상황 하고는 완전히 달라져 있거든요. 옛날의 상황하고 많이 다르기 때문에 옛날 방식대로는 작동되지 않는데,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하는 면에서...

구영배 회장은
한때 IT 기업 운영자들의
롤 모델이었습니다.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2006년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켜
성공 신화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큐텐의 자회사인
물류 업체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켜
또 다른 신화를 쓸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E-커머스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습니다.

서용구 교수 / 숙명여대 경영학과
지분 교환이라든지 이런 방식으로 인수를 했고 그래서 3년 동안 5개 회사를 빠른 속도로 인수했거든요. 그래서 이게 뭐지 하고 모든 사람이 의구심을 가졌는데요. 아무래도 E-커머스 업계에서는 거래액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거래액이 굉장히 빠른 우상향을 보이면 상장 가능성도 더 높고 상장가도 높아지기 때문에...

검찰은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에게 가야 할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이
타 회사 인수 등
이른바 ‘돌려 막기’ 식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몬 대표는 법인 인감조차
본 적 없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인감을 못 본) 그거에 대한 좀 이상함이나 좀 따져보거나 그런 건 없으셨어요?

류광진 대표 / 티몬
그건 이제 그룹의 운영 정책이니까요. 그거에 대해서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가
일어난 지 20여 일이 지난,

지난 13일.

피해자들의 모임인
판매자 대표와
위메프, 티몬 대표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마주 섰습니다.

지난 13일.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원장(좌),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운데), 류광진 티몬 대표(우)가 서울회생법원에서 마주해 ‘티메프’의 자구책에 대해 논의했다.

신정권 위원장 /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고객들이 더 떠나고 판매자들이 떠나기 전에 빠르게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게끔 준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구 계획안을 공개했습니다.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판매자에게 판매 대금을
직접 지급하고,
두 달 이상 걸리던 정산도,
배송 완료 후 하루 뒤에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런 자구 계획안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녹취]김관기 변호사
E-커머스도 말하자면 신뢰를 파는 회사잖아요. 한 번 신뢰를 잃어버리면은 다시 손님을 찾아 들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제2, 3의 티메프 사태도...업계 내실 다져야

지난 1일, 위메프 피해 판매자들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큐텐 구영배 대표 등을 고소했다.

강현종 씨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젠 여행의 기억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호텔비로 처음 결제했던
250만 원은
티몬 위메프 사태로
아직 환불받지 못했고.

하는 수 없이
250만 원을 더 들여서
여행을 다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현종 / 티몬 피해 소비자
왜냐하면, 이제 돈을 이중 지출한 거니까. 그러니까 200만 원대로 갈 수 있는 걸 500만 원대로 간 거니까. 무리해서라도 가야 하는 게 맞죠.

물건을 팔고도
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부부가 함께
생필품을 파는 회사를 하는
이준 씨,
최근 사태로
직원들도 해고했다고 합니다.

이준 / 위메프 피해 판매자
2억 원 정도의 지금 금액이 몰려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 2억 원이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저희한테는 목숨 같은 돈이거든요. 당장에 그것 때문에 저희는 이제 물건을 받지도 못하고 물건을 보내지도 못하고...

티몬-위메프 사태가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제2, 제3의 티몬-위메프 같은 사태마저
터지고 있습니다.

큐텐의 또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 커머스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인
‘알렛츠’도,
지난 16일 갑자기 영업 종료를
공지해 피해가 우려됩니다.

서용구 교수 / 숙명여대 경영학과
전자상거래가 복마전으로 지금 너무 빠르게 성장한 거죠. 사실은. 그래서 지금 성수대교 무너진 것처럼 이번에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진 거는 너무 급성장한 우리 전자상거래 업체를 한번 좀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이번에 된다면...

혁신과
사기 혐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급성장해온
E-커머스 경영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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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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