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홍명보 감독과 U자형 빌드업
논란 속에 선임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첫 시험대에 오른다.
감독들에게는 모든 경기가 중요하겠지만 이번 경기는 안 그래도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홍 감독이 첫 단추를 끼우는 순간이어서 조금 더 민감한 상황에 놓여 있다. 상대가 비록 약체이긴 하지만 홍 감독이 초반 몇 경기에서 부진하거나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 다가올 후폭풍은 다른 어느 때보다 거셀 듯하다. 많은 논란 속에 부임한 만큼 팬들의 눈에는 조그마한 실수도 더 커다랗게 보일 수 있다. 또 과거의 감독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별 차이도 없는데 왜 그리 큰 논란을 감수하고 지휘봉을 잡았느냐”는 비난이 나올 것이다. 비난과 비판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홍 감독으로서는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실패나 후유증을 동반하는 과감한 실험에 나서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큰 변신을 보이지 못하는 대표팀에 대한 비판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이런 점이 갈수록 홍 감독을 옥죄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요컨대 홍 감독은 초반부터 차별성을 보여야 하는 큰 짐을 지고 있다.
현 상태에서 홍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대표팀의 변화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선수 구성의 변화이다.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비판받았던 요소 중 하나는 이름난 해외파 선수들 외에 국내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선임한 이유 중에는 홍 감독이 울산HD를 이끌면서 국내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있었다. 따라서 26일 발표 예정인 국가대표 명단에 K리그에서 뛰던 새 얼굴들이 얼마나 들어가는지가 일단 관심의 대상이다.
다른 하나는 전술적 변화이다. 이와 관련해 홍 감독은 최근 열렸던 한국축구기술철학(MIK) 워크숍에서 자신의 전술에 대한 생각을 일부 공개했다. 이를 요약하면 U자형 빌드업을 자제하고 중앙과 측면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상대 수비진에 틈을 만든다는 것이다. U자형 빌드업은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에서도 자주 보였다. 중앙돌파가 아닌 좌우 측면을 통해 전진하는 형태다. 물론 현대 축구에서 양측 수비진의 공격 가담을 통한 측면 기습공격은 중요한 공격 옵션 중 하나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팀들 중에서도 측면 전술을 활용하는 팀이 많다. 측면 돌파를 통해 중앙의 수비진을 바깥으로 이끌어 내거나 분산시키고, 이 틈을 타 다른 공격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들며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의 경우 측면 돌파를 시도하긴 하지만 상대 수비진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하거나 공격수들과의 연계플레이 및 공간창출능력이 부족해 답답한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다. 결국 측면 돌파에 이은 단순 크로스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홍 감독이 이를 극복하려면 첫째로 측면으로 전진한 선수들과 중앙 지역 공격수들 사이의 다양한 주고받기 및 여러 선수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빈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세부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이 부분을 완성시키느냐 못하느냐가 그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를 소화할 선수를 발굴하거나 훈련시켜야 한다.
홍 감독에게는 울산HD 시절에도 이 같은 U자형 빌드업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적 패턴을 정교하게는 보여 주지 못했다는 평도 있는 만큼, 이 같은 평가를 극복하고 새 전술을 만드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제 막 감독에 부임한 홍 감독이 첫 경기부터 이 같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에겐 그의 구상을 선수단에 적용하고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냉정한 눈길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상태다. 또한 현재의 예민한 상황에서는 그가 어떤 이야기나 시도를 해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거나 폄하되기 쉽다. 실패에는 혹독하고 그 실패에 대한 설명에는 냉정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홍 감독으로서는 이중 삼중의 난관을 헤쳐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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