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시연기 "최고 수준의 리얼리티 기대된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인기가 많았던 장르를 하나 고르자면, 시뮬레이터를 꼽을 수 있다. 경찰 시뮬레이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플래닛 코스터2 등 정말 다양하고 독특한 시뮬레이터 게임이 출품됐다.
그 가운데 크래프톤의 '인조이'는 유독 글로벌 게이머의 주목을 받았다. 밝은 톤의 부스와 거대한 고양이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심즈를 대체할 만한 고퀄리티 인생 시뮬레이션 신작이 나왔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기자는 인조이 시연을 위해 23일 크래프톤 부스를 방문했다. 아직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많이 안 알려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직접 방문해 보니 기우였다. 기자 바로 옆에 앉은 관람객은 인플루언서인 모양이었다. 현장 스태프가 옆에서 촬영을 도와주고 인플루언서는 인조이를 열심히 설명하면서 리액션을 선보였다.
게임을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나만의 캐릭터 '조이'를 커스터마이징한다. 인조이의 커스터마이징은 머리 스타일과 외모, 복장, 나이, 체형 등을 설정 가능하다. 말만 들어보면 "그 정도는 다른 게임도 있는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커스터마이징을 능숙하게 다루는 유저가 아니라면 커스터마이징 창을 보자마자 당황할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정말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
외모는 광대, 턱 등 얼굴 부위를 선택해 마우스로 전체적인 외곽과 이목구비 간격 등을 세부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복장도 옷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매길이까지 늘렸다 줄였다할 수 있으며, AI 텍스처 생성으로 옷에 원하는 패턴을 프린팅할 수도 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만난 크래프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시연 시간 내내 커스터마이징만 하다가 돌아간 유저도 있다고 한다. 커스터마이징에 자신이 없는 유저들 위한 장치도 있다. 게임 내 자체 UGC 플랫폼 '캔버스'를 활용해 다른 유저가 업로드한 커스터마이징을 다운로드해 사용 가능하다.
기자는 원래 커스터마이징에 자신이 없기도 하고, 제한된 시연 시간 내에 최대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상단에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다운로드해 캐릭터를 생성했다.
외형 설정을 마치면 기질을 선택할 차례다. 기질은 조이의 성격이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공개한 시연 버전에는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등 크게 5가지로 분류됐고, 각 항목마다 고집불통, 감성적인, 현실적인 등 나눠져 있었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선보인 시연 버전은 분류가 사라지고 총 18개의 기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기자가 선택한 모험가 기질은 자유로운, 유쾌한, 외향적, 열정적 등 활발함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포함됐다.
커스터마이징과 기질 선택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도시를 선택한다. 시연 버전에서는 대한민국을 모티브로 한 '도원'과 미국을 모티브로 한 '블리스베이'만 선택 가능했다. 추후 차하야, 해강, 위니버, 브루시모, 골든필드 등 다양한 도시를 추가할 예정이다.
도시를 선택하면 조이가 살아갈 집을 구매해야 한다. 원래는 직업을 구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돈을 벌고 직접 집을 구매해야 하지만, 원활한 시연을 위해 돈 치트키 메뉴가 따로 준비됐다. 기자는 도원을 선택했는데, 아파트와 빌라 이름이 은마 아파트처럼 너무 한국적이라 웃음이 났다.
자동차 관련 기능은 이번 시연 버전에 추가된 기능이다.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앱을 선택하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 일반적인 차량부터 오픈카까지 준비됐으며, 구매한 차량은 언제든지 불러내 드라이브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기자는 오픈카를 구매한 뒤 주변 캐릭터들을 쳐 교통사고를 내보기로 했다. 아쉽지만 관련 상호작용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차에 치인 캐릭터들은 그대로 밀려나서 갈 길을 가거나 차 위로 부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또한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자리를 비워보기도 했다. 차를 돌려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추월해 가는 등의 상황을 기대했는데, 이 역시 구현되지는 않았다.
게임스컴에서 플레이한 인조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자는 시연 시간 동안 옆에서 플레이를 도와주는 현장 스태프에게 게임에 관해 질문하면서 플레이했다. 인상적인 것은 기자의 질문에 현장 스태프는 대부분 가능하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인생 시뮬레이션은 현실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행위와 게임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상호작용,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 게임 속에 구현됐을 때 플레이어는 "이런 것까지 구현됐다니"라는 감탄을 한다.
인조이는 진짜 대부분 가능하다. 물론 아직 개발 중인 타이틀이고 시연 버전이기 때문에 엉성한 대목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캐릭터 및 물체와의 상호작용과 디테일한 모션, 사물 표현 등이 일품이다.
인조이는 연내 얼리 액세스가 목표다. 다행히 3개월만 기다리면 플레이 가능하다. 김형준 인조이 총괄 PD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얼리 액세스를 출시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아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완성도를 높이고 출시했으면 좋겠지만,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그런 게 대수겠는가. 재밌게만 나오면 그만이다. 인조이가 K-심즈를 넘어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이 되길 바라면서 느긋하게 기다려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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