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된 지 오래인데...미군 기지촌 내 ‘몽키하우스’ 철거 반대 이유는

김민주 매경닷컴 기자(kim.minjoo@mk.co.kr) 2024. 8. 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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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시가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추진하자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정의기억연대 등 중앙·지역 59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본격적인 철거 저지에 나섰다.

공대위 측은 동두천시의회 임시회 이틀 전인 이날부터 동두천시청 맞은편 농성장에서 철거 저지 시위를 하다가 회기가 끝나면 성병관리소 건물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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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내부. [사진 출처 = 동두천]
경기 동두천시가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추진하자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인 성병관리소를 근현대사 유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5일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소요산 초입에 위치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성병에 걸릴 경우 수용하는 시설로 정부에서 운영했다.

이른바 ‘낙검자 수용시설’에 수용된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 같다는 의미에서 ‘몽키하우스’ 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지면적 6766㎡에 2층짜리 건물로 지어진 이 시설은 방 7개에 140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과거 정부는 기지촌 반경 2㎞ 이내에서 성매매를 허용하고 성병관리소까지 운영하면서 사실상 국가에서 성매매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두천을 비롯한 경기도 미군 주둔지역에 존재하던 성병관리소 6곳은 1990년대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그중 1996년 폐쇄된 동두천 성병관리소만 아직 건물이 남았다.

방치된 세월이 28년 이상 길어지면서 건물 관리가 되지 않자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흉물로 여겨졌다.

현재 성병관리소는 출입이 제한돼 있음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쓰레기와 그라피티, 낙서 등으로 뒤덮여 있다. 내부 천장은 곧 무너질 듯한 모습이다.

동두천시는 관광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 29억원을 들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시의 사업 추진에 소요산 관광지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철거를 반기고 있다.

시는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동두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철거비용 예산(2억2000만원)을 승인받으면 연내에 건물부터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옛 성병관리소 철거에 반대하는 시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며 옛 성병관리소 철거 작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참여연대와 정의기억연대 등 중앙·지역 59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본격적인 철거 저지에 나섰다.

특히 ‘공대위’ 중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을 주축으로 지난 13일에는 동두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 비용의 전액 삭감을 시의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성병관리소는 여성들을 강제 감금하고 페니실린을 과다 투약해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한 수용소”라며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여성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병관리소 건물은 마땅히 보존돼 역사·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의 건축물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거를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공대위 측은 동두천시의회 임시회 이틀 전인 이날부터 동두천시청 맞은편 농성장에서 철거 저지 시위를 하다가 회기가 끝나면 성병관리소 건물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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