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주지사 출마시키려다…인니 ‘대규모 시위’ 역풍 맞은 조코위
하원, 반발 커지자 ‘일단 멈춤’
27일 전 심의 재개 가능성 여전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사진)이 법을 무력화하며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무리하게 선거에 출마시키려다 역풍을 맞았다.
24일 자카르타포스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수천명이 시위를 열어 조코위 대통령과 여당이 지방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규탄했다. 이번 시위로 300명 이상이 구금됐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과 여당은 지방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조코위 대통령이 법을 바꿔 차남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하고 경쟁자 출마는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며 시위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11월 지방선거를 치른다. 지방선거법상 출마자의 나이는 30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코위 대통령의 차남 카에상 팡아릅은 1994년 12월25일생으로 선거가 끝난 뒤에야 만 30세가 되는 상황이다. 이를 둘러싸고 지난 5월 대법원이 ‘나이 기준은 후보자가 당선 후 취임할 때를 기준으로 한다’고 판단하면서 카에상의 출마가 가능해진 듯했으나, 지난 20일 헌법재판소는 ‘후보 등록일 기준 30세가 돼야 출마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여당이 지방선거법을 개정해 헌재 결정을 무력화하려 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맞닥뜨린 것이다.
자카르타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23)은 “그들은 대통령 아들에게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는 정실주의”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시위가 커지자 하원은 지난 22일 개정안 심의를 위해 잡아둔 전체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하원이 더는 개정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반대 진영에서 출마했던 아니스 바스웨단이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원이 선거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7일 전 개정안 통과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의심이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 감시 단체 ‘선거민주주의협회’는 “하원이 개정안 심의를 취소한 이유는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고 후보 등록이 너무 임박했기 때문이지,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 때문은 아니었다”며 “개정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자카르타포스트에 밝혔다.
헌재 결정에 근거한 출마 규정을 만들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달렸다. 자카르타포스트는 “활동가와 선거감시원 등은 선관위가 정부, 하원과 협의하지 않고 성실하고 독립적으로 규정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조코위 대통령은 그동안 가족을 내세워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는 행보를 걸어 민주주의 후퇴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대선에서도 이번과 유사한 방식으로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을 출마시켜 부통령에 당선시킨 바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출마 나이를 40세 이상으로 규정하지만, 당시 헌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나이 제한의 예외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30대였고 수라카르타 시장이었던 기브란의 출마길이 열렸다.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인 당시 헌재 소장이 이 사건을 기피하지 않아 이해충돌 방지 위반으로 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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