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수사권 복원해야” 국힘 주장에…민주당 “조사권까지 박탈”
與, 국정원 수사권 복원·방첩기능 강화 추진
野 “국정원, 정보 쥐고 경찰 허수아비 만들어”
민주당 내에서도 대공조사권 폐지법안 우려 나와
여권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군정보사령부 요원 명단 유출과 방산 기술 해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대공수사권 복원은 물론 국정원의 대공·방첩 기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주 열린 ‘간첩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한 대표는 “간첩죄를 현실에 맞게 바꾸고 그 법을 적용해서 우리의 민생과 국익을 지킬 수 있도록 이번 국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반드시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의 이기헌, 김현, 박홍근, 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 조사권과 관련 사실 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기헌 의원은 25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수사권이 (경찰에)이관됐음에도 국정원은 여전히 안보협력협의체 등을 만들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하고, 정보를 넘겨주지 않으면서 경찰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공수사권에 이어 조사권까지 폐지된다면 사실상 국정원을 폐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국정원이 형해화한다면 웃는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과 그 수하의 간첩들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국정원의 대공 조사권까지 없애는 것은 과하다는 시각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 박선원, 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국정원에서 기획조정실장과 1차장(해외·대북 담당)을 지낸 박선원 의원은 국정원의 대공조사권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선원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에서는 간첩죄와 관련해 형법 개정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라며 “다른 현안이 많다보니 대공수사권 관련한 내부 논의는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매일경제에 “대공수사는 경찰에서 해야 한다”면서도 당내에서 발의된 국정원 대공조사권 폐지 법안에 대해서는 “(나는)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 주장의 핵심은 대공수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0년대 이후 직접 침투보다는 내국인 포섭을 통한 지하당 구축 등을 통해 대남 공작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통신 방법도 갈수록 암호화하고 있고 고정 간첩에 대한 지령과 공작금 전달 등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이 때문에 국정원 소속 대공수사 전문 인력의 노하우와 대북·해외 정보수집 체계, 암호분석 등 과학수사 역량이 간첩 검거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여당 측의 논리다.
여권 관계자는 “대공수사는 북한 정보와 결합이 불가피한 전문 영역”이라며 “수사의 핵심인 ‘간첩 신분 입증’은 국정원이 축적해 온 대북 정보자료와 탈북민 신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검거된 간첩도 북한 내부 정보 입수, 분석을 위한 정보자산으로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일반 수사기관이 담당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 측은 정보의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나 인권 침해 등 폐단을 막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방첩과 정보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정보기관과 관련한 세계적인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출신인 채성준 서경대 교수는 “국정원의 대공조사권은 필요한 자료를 각급 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인데, 이것마저 없어진다면 국정원은 존재 의의 자체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은 인력과 노하우, 자산 등의 측면에서 대공수사에 한계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두는 것이 합당하지만 일단 국정원과 경찰 간 업무 협의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대통령이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 교수는 한국도 미국처럼 국정원과 경찰, 군 등의 각급 정보기관의 활동을 조율하는 국가정보국(DNI) 신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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