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체코 원전 수출, 미 기업 ‘지재권’에 발목
‘기술 분쟁’ 해결 못 하고 귀국
최종 계약 차질 빚을 가능성
체코 원전 수주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던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미국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을 거론하며 발목을 잡아 최종 계약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은 웨스팅하우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미 에너지부와 웨스팅하우스 관계자를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의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며,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자국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원전 수출 통제 권한이 미국 정부에만 있으므로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각하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은 지난달 17일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4기 중 2기를 건설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최초 원전 ‘고리 1호기’를 건설한 업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이 일부 적용됐다. 그러나 한수원은 현재 원전 핵심 설비의 대부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체코 원전에는 한수원 독자 개발 모델인 APR1400이 투입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미국 정부에 원전 수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수원의 신고를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웨스팅하우스가 이를 미루고 있어, 체코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원전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4일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위해 여러 경로로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체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하에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달 체코 순방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포함한 원전 관련 기업 총수들과 동행할 예정이다.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된 현안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인들과 함께해 협상력과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정식 계약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 도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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