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꼭 그렇진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어/ 나무 사이 그녀 눈동자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네/ 잎새 끝에 매달린 햇살 간지런 바람에 흩어져/ 뽀얀 우유빛 숲속은 꿈꾸는 듯 아련했어/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우리들은 호숫가에 앉았지/ 나무처럼 싱그런 그날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산울림’의 김창완이 이 노래를 쓸 때 ‘꼭 그렇진 않았지만’을 일부러 맨 앞에 배치했다,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의 앞에는 ‘아마’를 넣었다. 거칠 것 없는 청춘이 만든 데뷔앨범(1977년·사진)은 단숨에 문제적 앨범이 됐다. 한쪽에서는 “저게 무슨 노래냐?”고 했고, 한편에서는 “대단한 파격”이라면서 환호했다.
세상을 뒤흔든 데뷔앨범은 삼형제가 서울 흑석동 집에서 합주실을 만들어놓고 6년에 걸쳐 만든 100여곡이 모태였다. 서울대 농대 샌드페블즈가 둘째 김창훈의 곡 ‘나 어떡해’를 불러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용기를 얻은 김창완은 데모테이프를 들고 서라벌레코드를 찾는다. 자비로라도 앨범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냥 내주겠다는 거였다. 녹음실에 삼형제가 가져간 악기를 보더니 엔지니어가 혀를 찼다. 결국 악기를 빌려서 녹음을 했다.
삼형제는 데뷔앨범에 넣을 곡의 기준을 반항적이고 파괴적인 곡으로 삼았다.
‘나 어떡해’를 넣어서 원곡자라고 홍보하면 쉬운 길이었겠지만 그 길을 거부했다. 또 레코드사에서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면서 밀어줬다. 그렇게 해서 ‘아니 벌써’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산울림 1집이 세상에 나왔다.
산울림은 우리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순식간에 바꿔놨다. 야심만만했던 산울림의 도전정신이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이 여름은 언제쯤 끝이 날까.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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