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건재함에 쐐기 박다
성실한 압박 통해 공 빼앗아 ‘1호’
빠른 역습 기회 놓치지 않고 ‘2호’
팀 4 대 0 대승의 ‘주역’으로 우뚝
에이징 커브 우려 말끔히 지워내
24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토트넘-에버턴전. 3-0으로 리드한 후반 32분 손흥민(토트넘)의 쐐기골이 터졌다. 센터백 미키 판더펜과의 빠른 역습을 합작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판더펜이 페널티박스에서 상대 침투 패스를 끊은 뒤 스피드를 끌어올려 전방으로 내달렸다. 이 역습 때 왼쪽에는 수비에 가담했던 손흥민, 오른쪽에는 최전방에 자리한 히샤를리송이 함께 뛰기 시작했다. 판더펜은 거의 상대 페널티아크 부근까지 달린 뒤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고, 손흥민의 왼발 슈팅이 그대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개막 2경기째에 시즌 1·2호 골을 몰아쳤다. 토트넘은 이날 홈 개막전에서 4-0의 대승으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앞선 1라운드에서 승격팀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경기를 지배(점유율 71%)하고도 1-1 무승부에 그친 아쉬운 출발을 지웠다. 레스터시티전에서 슈팅 1개 등 부진한 경기력이 나오자, 에이징 커브를 지적받는 등 현지 매체의 혹평을 받아야 했던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변함없는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해결사 능력은 물론, 팀의 리더로서 가치도 빛났다.
1-0으로 앞선 전반 25분 손흥민의 마수걸이 골은 손흥민의 부지런한 압박과 상대 패턴을 캐치한 센스가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손흥민은 에버턴 베테랑 골키퍼 조던 픽퍼드를 향한 백패스 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강하게 압박했다. 볼을 잡은 픽퍼드가 왼발 쪽으로 돌아설 것을 예측한 움직임이었다.
이날 경기 전 영국 ‘BBC스포츠’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우리는 매우 젊은 팀이고, 주장이 옳은 일을 한다면 선수들도 똑같이할 것”이라는 책임감을 밝혔고, 곧바로 경기에서도 보여줬다. 영국 ‘풋볼런던’은 이 장면에 평점 9점을 주며 “끝까지 압박하는 모범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이 경기 뒤 멀티골에 대한 기쁨보다 자신의 두 번째 득점을 도운 동료 판더펜을 향해 엄지를 드는 리더십도 보였다.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한 인터뷰에서 “미키, 이건 네 골이야”라며 웃으면서 “판더펜이 공을 몰고 전진할 때 나는 그냥 옆에서 뛰었다. ‘지금 패스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에는) 골대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면서 오히려 판더펜의 패스 타이밍에 엄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대단한 수비수가 내 뒤에 있다는 게 기쁘다”고 치켜세웠다. 2001년생으로 어린 선수이면서 큰 기대를 받는 수비수 판더펜의 기를 살려준 ‘주장’다운 면모였다.
영국 ‘풋볼런던’ 등은 경기 뒤 “구단의 레전드가 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손흥민이 모든 걸 다 끝내면 이 클럽에서 존경받는 선수로 남을 거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을 소개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하지만 난 손흥민이 여전히 더 많은 것을 해내고자 하는 의욕을 품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게 우리 팀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들의 손흥민을 향한 평가는 이날 한 경기로 180도 달라졌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05점을 줬다. 손흥민은 이날 세 차례 슈팅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했고, 한 차례 키 패스(득점 기회로 연결되는 패스)도 기록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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